종교의 자유란 무엇일까

종교의 자유란 어렵고도 쟁취해서 지키기가 어려운 것

by 울새


2023년 3월 9일 나는 본격적으로 개종 의사를 부모님에게 밝혔다. 내가 이 날짜를 기억하는 것은 이 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최애 배우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최애의 생일날 나는 인생에서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일을 선언한 셈이다.


그 당시 부모님은 이미 나와 종교적 갈등이 갈 만큼 간 상태였다. 몇 시간도 아니고 며칠에 걸쳐 그에 대해 논쟁하고 싸우면서 종교의 자유에 대해 말해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과정은 서로가 과격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소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다른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쪽 교회는 왜 약도 먹지 못하게 하고 병원도 못가게 하냐, 그런건 사이비 종교에서나 하는 짓인데 왜 그렇게 하냐면서 동시에 이 나라의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고 나는 이 나라 시민권자이니 내가 주체적으로 종교를 선택할 권리와 원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거부할 권리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며칠을 그렇게 논쟁해서 내가 성당에 가던 절을 가던 신경쓰지 않겠다는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어쩌면 부모님은 지치기도 하고 이제 본인들의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고 생각해서 하신 말 뒤에는 이런 조건이 붙었다. 너 외에 다른 가족들에게 종교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들의 종교를 비판하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기적이지만 어떻게든 나는 살아야 했다. 그래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게 나름의 성과라 생각하며 성당 예비신자교리를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그게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내가 개종을 한 것에 대해서라던가 혹은 성당으로 간 것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만족하고 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동생에 대한 부분이다.


동생은 이전에, 내가 개종의사를 밝히기도 더 전에 몰래 자신의 주소지 관할 성당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출석하다 부모님에게 들켜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엄마는 아무리 궁금해도 그렇지 그걸 굳이 가서 들어봐야 하는 것이냐고 했고 아빠는 거기 있는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며 굳이 스스로 불쌍한 사람이 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하도 쪼아대니 동생은 이제 안 가겠다고 둘러대고 상황을 대충 무마시켰다.


이후 동생은 천주교에서 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현재도 그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 와중에도 부모님은 동생에게 교회 관련해서 계속 쪼기를 반복했고 내가 아예 공식적으로 배교-그 쪽 입장에서는- 선언을 하고 강경하게 나오니 동생에게 그 화살이 돌아가고 있는게 느껴졌다. 동생 본인은 종교에 관심 없고 신경쓰지 않으며 부모님이 하도 귀찮게 굴고 싫다고 거부하면 더욱 귀찮게 할 것이 뻔하니 그냥 표면적으로 장단만 맞춰줄 뿐이라고 하지만 괜히 나 때문에 애꿎은 동생이 피해를 보는게 아닌가 싶어 마음은 좋지 않다.


마음같아서는 동생도 그냥 천주교 쪽으로 왔으면 싶지만 신앙은 어떻게 강요하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그냥 존중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뜻대로 되면 참 좋겠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되는 것도, 그렇게 될 수도 없으니. 그래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다. 내 종교의 자유로 인해 동생이 엄마아빠에게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마음같아서는 동생도 성당에 왔으면 좋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생이 진정한 본인의 종교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만약 동생이 천주교에 오기를 바란다면 도와줄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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