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난 그런거 모르겠다니까?
대학교에서 과학을 전공했다. 순수학문은 아니고 응용학문으로서의 과학을 전공했지만 어쨌든 과학을 전공한 것은 사실이기에 나는 지금도 과학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할 줄 아는게 과학 뿐이었고 그나마 성적이 나오는 과목도 과학이었다. 친구들이 수학이 싫어 문과로 갈 때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과학 뿐이고 그나마 성적이 나오는 과목도 과학이라 이과를 가야 했다. 결론적으로 대학교에서도 응용과학의 한 분야를 전공했고 지금은 전공과 무관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 과학을 해왔기에 과학은 나에게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된 지 오래다.
이전에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가톨릭툰을 그리는 계정에서 과학만능주의가 많은 것을 망쳤고 심지어 마블 영화에서 멀티버스를 다루면서 젊은 사람들의 신앙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보며 그간 그 사람의 인스타툰을 재밌게 보았다가는 사실이 불쾌할 정도로 짜게 식어 그 계정을 블락한 적이 있다. 마블이 멀티버스를 다루는 것이 영화에서야 비교적 최근 일이지 이미 코믹스에서는 그보다 더 오래 된 일이고 무엇보다 멀티버스 드립은 오타쿠들이 농담 식으로 같은 오타쿠들끼리 말하는건데 그걸 진지하게 본다는 것도 웃기고 과학만능주의라면서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과학은 망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 어이없었다. 그 인스타그램 포스팅 때문에 불쾌하기도 했지만 내가 예비자 교리를 듣는 것을 좀 더 고민해야겠다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은 믿는 대상이 아니라 탐구하고 고찰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믿는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을 전공했다면 누구나 알 부분이다. 학교를 다닐 때 과학은 믿는 대상이 아니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되려 그것이 과학의 발전을 막아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비판적인 고찰과 모든 것에 열린 가능성을 두라고 배워왔기에-이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에 순수과학 또는 응용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체 어떤 과학자가 과학자씩이나 되어서 그러고 다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이 일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 인스타툰 계정을 차단한 이후 나는 잊고 있기도 했고 여러모로 바쁘고 정신건강은 쪼달리고 스트레스 범벅이 되어서 떠올릴 틈이 없었다. 그러다가 예비자 교리에서 들은 몇 가지 말이 이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과학자 중에는 무신론 또는 반신론자가 많고 심지어 리처드 도킨스 같은 경우는 아예 종교를 부정하며 반종교주의이며 과학은 위험하고 나쁘다 식의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무표정이라도 짓는게 어려워서 폰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트위터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적어도 티를 내는 것 적어도 이 상황에서 내가 입을 여는 것은 피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과학자 중에 무신론 또는 반신론자 내지는 이를 아예 뛰어넘어서 반종교주의인 경우가 많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과학에서만 있는 현상도 아니고 그 유명한 철학자 니체나 작가이자 철학자인 샘 해리스도 반신론자이며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 영화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무신론자다. 과학과 크게 관련이 없어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무신론이나 반신론이 넘쳐나는데 왜 마치 과학만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건가 싶기도 해서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이럼에도 내가 이를 포기하거나 하차하지 않는 이유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오해로 내가 선택에서 좌지우지받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이정도로 흔들려서 다른 선택을 할 생각도 애초에 없었지만 만약 이로 인해 포기할 것이라 한다면 나는 아예 처음 시작부터 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다른 말할 수 없는 이유들도 있지만 어찌되었던 나는 쭉 가는 선택 말고는 다른 선택지로 가고 싶지 않다. 내가 차단한 그 사람은 내가 만나지 않고자 하면 얼마든 피해갈 수 있는 부분이고 그 전에 이미 인스타에서 블로그에서 종교와 관련해 이상한 멍멍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봤다보니 그에 대한 면역이 있기도 해서 혹여나 마주치면 흐린 눈 하고 지나가던가 아예 무시를 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해야겠다 싶다. 이제는 사실 싸우기도 귀찮다. 그럴만한 기력이 없기도 하고, 그냥 내 갈 길만 가고 그거에 대해서만 신경쓰고 싶다. 나도 참 많이 늙었구나 싶다. 30대면 그럴 나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