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면 조심해주실래요
어이없는 일을 기어이 겪고야 말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 날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고 딱히 그 날 겪었던 일에 대한 해결에서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성당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어디나 그런 것처럼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고 이미 겪기도 했고 보기도 했고 소문으로 듣기도 했지만 정말 너무한다 싶었다. 예비신자 교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하지만 그만두지는 않을거다. 이미 그만두기에 너무 와버렸고.-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아직도 이 일에 대해 해결점을 딱히 찾지 못했고 마지막 한 번 교리 수업이 남아있는 것도 다른 요일로 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 말을 들은 뒤로 시간이 나름 지났지만 여전히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안 좋다.
나는 수없이 자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모두 실패했다. 그로 인해 남은 것은 여러 번의 정신병동 입퇴원 기록과 어마어마한 병원비 영수증, 앞으로도 계속 먹어야 할 약들과 F 코드 뿐이다. 아. 그리고 자살 시도자(suicide attempter)라는 꼬리표도.
그리고 그 날 예비신자 교리 수업에서 들은 말은 자살은 엄청난 죄라서 장례미사도 안 되고 그 사람들은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세계는 직접 자신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어려운 세계도 있다. 나 역시 무지했고 멍청했기에 전혀 몰랐다. 하지만 내가 당사자가 되고 원치 않았지만 어쨋든 그 세계에 들어서고 나니 내가 그간 생각했던 것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정신질환은 의지와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고 자살 역시 나약해서 저지르는 멍청한 짓이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무슨 되도 않은 개 짖는 소리인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과거의 나는 멍청하고 무식해서 한 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고 실제로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들이닥쳐서 겪게 된 정신질환의 세계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 생각대로, 의지대로, 노력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병원을 들락날락 하면서 약을 먹고 나름 노력을 해도 자살사고와 재발은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 번째로 정신병동에 입원했을 때 확실히 깨달았다. 이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내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을.
이에 대해 무식한 말을 하는 사람을 이번에 처음 겪은 것은 결코 아니다. 부모님과 친했던 지인들부터 시작해 온갖 사람들이 나에게 갖가지 멍청한 소리를 던져댔고 그것들은 나를 속부터 갉아먹었다. 심지어 그렇게 죽고 싶으면 죽으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이 이상의 말은 불필요할 정도다. 그만큼 들었으면 적응도 할만한데, 애석하게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적응이라는 것이 없다. 잘해야 티내지 않고 흐린 눈을 하고서 가만히 있는게 전부다. 어른이면 마상 당하는 것에 면역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면역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수녀님을 탓할 생각은 딱히 없다. 수녀님은 내가 당사자라는 것을 아셨지만 교리 책에 있으니까 설명을 하셨을테니. 하지만 그 자리에, 그것도 앞자리에 뻔히 당사자가 앉아있는 것이 보이면서도 마치 내가 생명을 경시해서 살기 싫으니까 그랬고 내가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간인 것마냥 얘기하시는 것이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정신질환으로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상태가 그렇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만 그럼에도 나 자신이 불쌍하거나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 세계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나는 생명을 경시하는 나쁜 죄인+불쌍하고 안타까우니 동정받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나를 정말 화나게 했다.
사실 교리 수업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최대한 참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눈물이 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고작 이런 말이나 듣기 위해 4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아침에 기를 쓰고 이 곳까지 오고 그 난리를 쳤던 것일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자괴감이 느껴졌다.
나에게 고의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화를 나게 할 목적으로 그러신 것은 아니시겠지만 화가 나고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적당히 무슨 뜻이고 목적인지는 알았으니 교리 자체의 부분에서는 흐린 눈 하고 살아갈 예정이지만 그거랑 별개로 수녀님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마지막 한 번 남은 교리 수업을 평일에 가는 것으로 해야 하려나.
정말이지 참 어렵다. 그리고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