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비스 Nov 24. 2023

스스로를 돕지 않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는거야

제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라도 그건 확실하게 불가능해


 MCU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페이즈4에 처음 등장한 히어로 문나이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MCU를 간당간당하게 잡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라는 다소 어렵게 들리는 정신질환-예전 말로 하면 '다중인격'이라고 하는-을 가진 주인공 마크 스펙터가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신 콘슈와의 계약으로 문나이트가 되어 활약하는 이 드라마에서 4화에 빌런 캐릭터 아서 해로우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이 나온다. 스스로를 돕지 못하는 사람은 나도 도울 수 없어. 라고.


 주변에서 누군가 정신과적 이슈가 있어보이는 말을 하면 예전에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서 병원을 가보라고 설득을 하고 얘기를 해보기도 했다. 나 자신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인간이 그런다는건 정말 이중적이고 이상하게 보이지만 전문가를 찾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는 할 수 있었기에 그러고 다녔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건 정말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사자 본인이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그냥 말짱 꽝이라는 것도.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더는 겪고 싶지 않아서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몇 번 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을 하고 그래도 안 먹히면 그 때 손절하는 쪽으로 하고 있다. 손절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나아지려는 의지조차 없는 사람을 견디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며 서로에게 못할 짓이다. 그냥 조용히 손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오늘도 결국 한 명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덕질판에서 같은 장르 그것도 같은 최애를 잡고 있는 분을 함부로 써는건 안 하자 주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몇 번을 말해도 자기는 의사에게 솔직하게 말해봤자 소용없을거라며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시니 기껏해야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세요 하는 말을 하는게 전부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몇 번을 말해본 결과 말은 통하지 않는데 나는 그 분의 말로 스트레스를 받고 가면 갈수록 그게 심해져서 손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팔로워 정리를 한다고 올려놓고 그 분을 블락했다.


 정리를 하고 난 뒤에도 내가 잘한걸까, 이게 최선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며 이게 최선이기에 마음정리를 금방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쩔 수 없다. 정말로 어쩔 수 없다. 스스로를 돕지 않으면 나도 도울 수 없다고 했다고, 스스로를 돕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유능한 전문가를 붙여주어도 소용 없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만 나이에서 앞의 숫자가 바뀌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