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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Jan 19. 2024

끊은 줄 알았는데...

정말로 끊은 줄 알았는데..


 정확한 날짜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작년 4월에 자해를 끊었다. 예비신자 교리를 듣기 시작한 즈음에 끊었으니 대충 4월 초반에 나는 자해를 그만두었다. 컷팅이나 약물 같은 방식은 아니었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벽이나 문에 스스로 머리를 부딪히는 행동을 하곤 했다.


 아무튼 자해를 끊고 나서 아예 충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충동을 제어할 수 있었고 버텨왔다.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이니 9달 남짓을 참은 셈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런저런 일들로 그동안 유지하던 균형이 깨졌고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때 나는 방문 뒷면에 스스로 머리를 부딪히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해를 하지 않겠다는 내 결심은 9개월의 기록을 끝으로 1막을 내렸다.


 결국 병원을 다시 갈 수밖에 없었고 추가 약을 받아왔다. 충동이 있으면 약을 먹고 잠깐 자다 일어나서 다시 하던거를 마저 하라는 것이다. 그것조차 안 되면 또다시 갈 수 있는 곳은 폐쇄병동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고.


 생각같아서는 이런저런 여건만 맞춰지면 폐쇄병동으로 도망치고 싶다. 그래서 의사한테 나 오늘 죽을거에요 라고 말해서 의사가 경찰에 신고하게 하면 72시간동안 정신병동에 있어야 하는걸 이용해먹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나 역시 누구보고 뭐라 할 입장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회피 끝판왕이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 회피할 궁리만 잔뜩 하고 있다. 하지만 회피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무작정 도망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문득 중독 이슈는 결국엔 평생 참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흔히들 일반인이 말하는 완치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에 급성기를 지나고 나면 평생 참으며 살아야 한다고. 이것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평생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 그런 것. 정말이지 인생 오래 살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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