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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Jan 21. 2024

신을 원망했던 적은 없는데

그래서 왜 하필 저냐니까요?


 신을 원망한 적은 없다. 적어도 이런 것들 그러니까 정신과적 문제에 대해서는 말이다. 나 자신을 원망하고 가해자와 동조자들을 증오하고 폐쇄병동에서 내가 알아서 죽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냐며 난동을 부리면 했지 그런 것들로 신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신보다는 나 자신 혹은 가해자와 동조자를 미워하는 것이 더 쉬워서 그랬던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뭐가 어찌되었던 종교가 있는 입장에서 신을 원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모의 영향으로 개신교에 있을 때 신을 원망하는 것은 아주 큰 죄에 지옥 구석탱이에 처박힐거라는 말을 하곤 했다. 지금은 개신교를 벗어나 가톨릭으로 건너갔지만 오랜 시간 들어왔던 말들이 쉽게 사라질리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와 관련된 문제로 신을 원망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펑펑 울다가 이렇게 된 거 그냥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이어갔다.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고 인간을 믿는건 못할 짓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나지만 그래도 그나마 안전하고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곳인데 낸들 거기서 공황이 있을거라 생각했겠냐고.


 7년 전 처음 공황장애가 생겨서 그렇게 오래 가지 않고 1년 반 정도 지나서 사라졌다. 그 이후에 불안 정도는 있었지만 공황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냥 좀 불안한 정도였고 그래서 이제는 대충 생각만 하고 양극성장애를 메인으로 보면 되겠구나 했는데 이런 식으로 대략 5년 반 만에 등장하다니. 그것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어쩐지 말할 순서가 돌아오는데 뭘 말해야 좋을지 생각은 나지 않고 조금 불안하다 했지만 이런 적은 근 5년 넘게 없었던 일인데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아무튼 그 일이 있고나서 집에 오는 길에 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부모에 대한 이슈는 내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것은 개신교나 가톨릭이나 다 있지만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항상 흐리 눈을 하고 속으로 아 예 뉘예뉘예~ 제 최애배우한테 효도할게요~ 하며 있었으니까. 회사에서 겪은 부당한 일과 갛자가 한 짓들은 끝까지 입사 거부를 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으니 그냥 내가 거절하지 못한 병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성소수자인 것은 차피 섹슈얼 마이너리티는 자연계에서 있는 그냥 자연 현상에 지나지 않기에 그건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 간혹 그것이 죄다 뭐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러는 개소리를 보면 기분은 나쁘지만 ㅋㅋㅋ 뭐라는거야 저 병신이ㅋㅋ 하면서 넘겨왔으니 앞으로도 그러면 된다. 그 외 개인사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과 경험은 어떻게든 피하면서 회피하면 되니까 그것도 상관 없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이미 개신교에서 정신병자인게 까발려져서 몇 년을 내가 얼마나 개고생하며 나 혼자 화나고 나 혼자 속상하고 나 혼자 기분나쁘고 나 혼자 불쾌하고 나 혼자 우울하고 나 혼자 열받기를 반복하다가 탈교 및 개종 준비를 단단히 해서 개신교를 벗어나 가톨릭으로 옮겨간 것인데 정말 나한테 너무하는거아니냐고.


 가끔 성소수자 당사자가 신이 자신을 성소수자로 했다는 것에 원망했다/혹은 원망스럽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성소수자라 신을 원망했던 적은 없기에 아주 명확하게 그 감정을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당사자인 내가 알기에 그 원망하는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어떤 색인지 대충은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어떤지를 이전보다 잘 알 것 같다.


 이런다고 해서 내가 가톨릭 신앙을 버리지는 않을거지만 왜 나를 미친놈 정신병자로 하셔서 가는 곳마다 이런 일을 있도록 하시는건가 싶다. 나는 본당도 없고-교적이 있는 성당이 있지만 일부러 다른 교구에 두었음- 정말 답답하다. 아 그리고 공동체는 이제 못가겠지. 이전에 개신교에 있을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거든. 마치 내가 특별취급해야하는 시한폭탄처럼 다루고 그러면서 헤헿 나는 불쌍한 정신병자를 도와주는 착한 사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선을 더 넘어갔던 인간들 중에는 내 동생한테 가서 너네 언니 불쌍해, 너네 언니 정신병원 다닌다면서? 하는 식의 개소리를 전시했으니까. 그 꼬라지 한 번 겪었으면 겪었지 두 번은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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