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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Feb 10. 2024

구정 연휴? 그게 대체 뭔데?

그냥 내가 쉬고 즐기면 그거로 되는거지 뭐


 구정 연휴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쳐나고 트위터에는 친척집에 가느라 강제 기상을 했다는 말들이 넘쳐난다. 곳곳에는 캐리어를 끌고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명동 번화가는 유난히 사람이 차고 넘쳐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혼자다.


 친척들 특히 사촌오빠들과 연을 끊은지 어느새 2년 남짓이 지났다. 사촌오빠만 셋인데 나와 나이차가 적게는 14살 많게는 20살 남짓이다보니 나에게는 그저 도움도 안 되는 꼰대 개저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 결혼할거냐 시집가서 애 낳아라 남자친구는 왜 안 만드는거냐 나는 니 나이에 애가 둘 있었고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는 기본에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잡아당기고 더 심하게는 너 아직도 약 먹냐?와 같은 전혀 말하고 싶지도 말해야 할 필요성도 모르겠고 불쾌하기만 한 개소리까지. 더는 시달리고 싶지도 않고 지겨우면서 불쾌함에 엮이고 싶지 않아 셋 모두 손절하고 현재 폰번을 알려주지 않고 전화 문자 카톡을 모두 차단했다.


 누군가는 이게 심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보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이런 일이 하루이틀 있었던 것이 아니고 몇 년에 걸쳐 쌓이고 쌓인 결과라 나는 전혀 심하거나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개소리와 무례한 언행에 알맞는 처분을 했을 뿐이다.


 예전같았으면 싸움닭처럼 싸웠을거다. 그 땐 기력이라도 있어서 싸웠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내가 용쓴다 해도 나만 이상한 놈 만드는데 내가 노력해서 되겠나 하는 마음에 포기하고 전면 손절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이 일에 대해 말하면 나도 그 쪽 장례식에 안 갈 것이고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그 쪽도 내 장례식에 안 왔으면 좋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말하기에 이르렀다.


 명절은 무엇이고 연휴는 무엇일까. 이제는 그저 뒹굴고 게임하고 밀린 콘텐츠 채무를 상환하고 개 고양이 뒤치다꺼리하고 주일이나 의무축일이 껴있으면 성당 한 번 갔다가 트친이나 친동생 만나서 하루 노는게 거의 전부가 되었다. 뭐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리. 그냥 내가 즐기고 쉬면 그거로 되는 것 아닌가. 마음에도 없고 꼴보기도 싫은 친척들을 억지로 만날 바에는 마음이라도 편하게 있고 싶다. 나 또한 강제로 명절 연휴 때에는 친척들을 만나야 하고 이런 삶은 지겹고 의미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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