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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Feb 26. 2024

정신과 약에 대한 단상

아니 글쎄 그건 생물학적인거라 단순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니까요


 정신과 약은 중독된대. 먹으면 바보된대. 약에 의존하지 말고 좋은 생각 하고 버텨봐.


 이런 말을 하루이틀 듣는게 아니다보니 이제는 예전처럼 화를 내는게 아니라 이 사람이 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생각없이 말하는거라 보고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설명하는 쪽으로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편견과 잘못된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을 자주 만나곤 한다. 그것도 관련 전공자인데 이러는 경우도 있다. 대체 학교는 어떻게 다닌 것인지 싶어서 한숨이 나오고 화가 나지만 애써 참으며 말로 설명을 하고 그래도 그게 먹히지 않는 경우에는 그냥 먹이금지 처분을 하게 된다. 아무리 말해야 소용 없는 것에 괜히 힘빼며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물론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라는게 있다. 그래서 정신과 약에도 부작용이라는게 있고 수면제나 벤조 계열의 약물에서는 의존성을 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으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약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하면 되는거고 의존성 위험이 있는 약도 담당 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하면 그 위험성을 확 낮출 수 있다.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그리고 재발이 잦아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모든 정신과 약을 한 번 먹으면 반드시 평생 먹게 되는 것도 아니다. 양극성장애 2형인 나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상태가 호전되어 의사와 상의 후 약을 끊고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사람들이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을 마약처럼 약물로 기분과 정신을 어떻게 한다는 것에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신질환도 생물학적인 부분이 상당히 크게 관여를 하고 있고 아직 모든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뇌과학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여전히 정신질환을 단순히 기분이 안 좋은 것,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 멋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보며 씁쓸함을 느낀다. 아무리 아는게 없다고 해도 당사자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적폐망상을 해버리는게 내 입장에서는 참 뭐하다.


 1형 당뇨에서는 인슐린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는다.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쓰지만 어쨋든 인슐린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는 것이 1형 당뇨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정신질환도 이와 대충 비슷하다. 약물치료 외에 일상적인 생활 관리도 신경을 써야 하고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제외하고 말하는 것은 정말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1형 당뇨인데 인슐린 주사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무식하고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이 되는 것처럼, 정신질환을 정신과 약에 의존하지 말고 좋은 생각 하고 마음을 굳게 먹어서 의지를 갖고 해결하세요 하는건 기분나쁜 것을 넘어서 나랑 장난치자는건가 아니면 나를 놀리는 것인가 싶은 일종의 개소리지 않나 싶다.


 물론 나쁜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어쨋든 그 사람은 아는게 없지만 그래도 좋은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화를 내기보다는 모르는 것이라 보고 최대한 좋게 말로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다. 약물치료 외에 영역도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빼놓고 가는건 너무나 위험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물학적인 부분은 단순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결코 아니기에 이건 약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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