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커뮤니티'라는 것이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 성소수자를 보듬어주고 자조모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은 없다. 하지만 퀴어 커뮤니티가 단순히 토닥토닥해주고 바깥 세상에서 혐오와 차별을 겪었을 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뜬금무 얘기지만 엑스맨 작중에는 자비에 스쿨이라는 학교가 등장한다. 이 학교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프렙스쿨 형태를 띄고 있지만 실제로 이 학교의 학생 대부분은 뮤턴트라는 이유로 가정에서 사회 공동체에서 쫓겨난 어린 뮤턴트들로 이루어져 있다. 동급생들도 뮤턴트, 선생도 뮤턴트인 이 학교에서 학생들은 뮤턴트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다른 뮤턴트들 더 나아가 사피엔들과 어울려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장선으로 이 학교는 뮤턴트 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퀴어 커뮤니티라는 것은 그런 곳이다. 당사자들이 당사자로서 살아가는 법, 세상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나아가 퀴어 인권 활동을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토닥토닥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월마다 모이는 것 뿐만 아니라 분기별로 세미나도 하고 관련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도 하고 퀴어 퍼레이드 부스도 여는 것이지 않을까.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역할일까.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이 자비에 교수일지 매그니토일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나는 과연 좋은 활동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아마 하느님만이 알고 계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