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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Oct 23. 2024

연수 활동가에게

먼저 떠난 동지에게


 연수님. 잘 지내시나요? 그 곳에서 잘 계시나요? 연수님은 정말 사람 깜짝 놀래키는데에 뭐 있으신 것 같아요. 변희수 하사 추모대회에서도 멋지게 연대발언 하셔서 놀라게 하셨는데 갑작스러운 연수님의 소식에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시나요? 저는 그 날 성당 청년회 회식이 있는 날이었어요. 성당에서 신나게 배달음식을 먹다가 생각 없이 카톡 알람을 본건데 부고장이 도착해있어서 너무 놀랐거든요. 아니 세상에 설마 내가 아는 그 분이 아닐거야 생각하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가 아는 분이 맞는지 확인하는데... 정말 제가 아는 연수님이 맞아서 많이 놀랐어요.


 입맛이 뚝 떨어져서 조용히 회식 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은 티비를 보고 있어서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혼자 방에 들어가 기도초에 불을 켜 놓고 연도를 바친 뒤 묵주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숱한 어려움, 혐오, 차별 함께 겪었고 견뎌왔으면서 먼저 치사하게 떠났다는 생각에 화가 났어요.


 며칠이 지나 연수님의 추모식을 갔는데 또 눈물이 나더라고요. 세상에 악질 범죄자도 부패한 정치인들도 잘만 살아있는데 왜 착한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야만 하는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너무 외롭게 해서 미안해요. 좀 더 손을 잡아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랬다면 결과가 지금과는 달라지려나요. 요즘 수없이 그런 생각을 해요. 연수님에게 좀 더 친근했으면 어땠을까, 연수님과 좀 더 가깝게 지냈으면 어땠을까 하고요. 정말 부질없는 생각덩어리지요. 다른 얘기지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이 소식을 연수님이 살아서 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연수님은 여성인권에도 관심이 많았고 책도 정말 좋아하셨으니까, 분명 많이 좋아하셨겠지 싶어요.


 그리고 저라도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꾹님에게 또다른 상처를 줄 수는 없으니까요. 꾹님은 변희수 하사님도 잃었고 연수님도 잃었는데 저까지 잃으면 너무 큰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차마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살아보려고요. 악착같이 살아 버텨서 꾹님과 함께 연수님이 꿈꾸던 세상을 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늦게 간다고 설마 원망하거나 섭섭해하지는 않으시겠죠? 그러리라 믿어요. 늦더라도 저는 꾹님이랑 같이 갈게요.


 연수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그 분 품 안에서 평안히 쉬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기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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