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보람과 99%의 지침과 환멸을 안고 살아가는 삶
원래 나는 인간을 그닥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선천적 인류애를 그렇게 많이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안 그래도 없는 인류애가 활동가를 하면서 더더욱 팍팍 깎이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인간의 밑바닥을 많이 보기도 하고 인간이 얼마나 추해지는지 보게 되다보니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이 바닥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하는 고민까지 하게 된다.
분명 활동가로서 사는 삶은 보람도 있고 장점 또한 있다. 나 역시 경험했기에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내 주변에서 활동가로 나서겠다고 하면 아마 나는 뜯어말릴 것이다.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보람만 느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람도 느끼고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지만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은 것들도 알게 되어 정신건강에는 그닥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보편교회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를 너무나 잘 알게 됨과 동시에 인간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삶이기에 어떻게 보면 이 인생은 보람보다 지침, 소진, 환멸이 훨씬 더 큰 비효율적인 삶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 역시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고 앞으로도 내가 활동가로 사는 한 그런 일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수록 나는 활동가로서 잘 버티는 삶을 살기 위해 틈틈히 덕질을 하게 되었다. 덕질을 하며 생각을 환기시키고 때로는 작품 속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생각을 전환시키는 시간을 갖곤 한다.
신기하게 내가 활동가로서 정신적으로 소진될 때마다 역설적으로 활동가로서 살아갈 이유가 생기곤 한다. 하루하루 버틸 수 있게 덕질거리도 나오고 주변 사람들이 단단하게 붙잡아주기도 해서 이렇게 지금까지 버티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루가 지나면 트위터에서 재밌는 덕질 얘기가 나오고 또 하루가 지나면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생각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유치하게 덕질을 하냐며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덕질이 또다른 원동력이 되곤 한다. 그리고 뭐가 어찌되었던 다시 일어나 움직일 힘을 준다면 나는 계속해서 덕질을 할 생각이다. 원래 인생이라는게 그렇게 사는 것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