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퀴어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다. 춘천으로 향하는 아침길을 나서며 조용히 속으로 기도문을 떠올렸다.
"하느님, 저를 사랑으로 내시고 저에게 영혼 육신을 주시어 주님만을 섬기고 사람을 도우라 하셨나이다. 저는 비록 죄가 많사오나 주님께 받은 몸과 마음을 오롯이 도로 바쳐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드리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 아멘"
춘천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걷는 내내 우리 단체 깃발을 들고 걸으며 다시금 이 기도문을 곱씹어 생각했다. 사람을 도우라 하신 주님의 말씀 그대로 나는 성소수자를 돕고 싶다. 우리 또한 사람이고 존재하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함을 널리 알리고 싶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고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거리로 나섰고 무거운 깃발을 들고 걸으며 외쳤다. 성소수자에게 가족 구성권을,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거운 깃발을 들고 중심을 잡으며, 장애물을 신경쓰며 퍼레이드 대열을 걷는건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즐거웠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연대할 수 있어서. 사람을 도우라 하신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충실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