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동거 관계
처음 개와 고양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 나는 갓 퇴사한 양극성장애 당사자였다. 그 때에는 내가 이렇게 오래 살거라 생각치 않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이만큼이나 살았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은 나 혼자 살아온 시간이 아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에게는 함께 사는 개 고양이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나는 녀석들을 먹이고 재우는 동안 녀석들은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내가 개 고양이를 책임지고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키워진 것은 개 고양이에 의해 내 인생이지 않을까.
이 기묘한 동거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은 부디 우리 모두 무탈하기를.
그냥 글 끝내기는 뭐하니 첨부하는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