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비스 Oct 24. 2024

나는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개와 고양이는 나를 키운다

기묘한 동거 관계


 어느새 함께 사는 개가 내년이면 아홉 살, 고양이는 일곱 살이 된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던가. 작고 어리던 날이 지금도 어제 일 같은데 벌써 노견노묘에 접어드는 나이가 되었다는게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이렇게 동물을 오래 키워본 것도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 더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처음 개와 고양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 나는 갓 퇴사한 양극성장애 당사자였다. 그 때에는 내가 이렇게 오래 살거라 생각치 않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이만큼이나 살았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은 나 혼자 살아온 시간이 아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에게는 함께 사는 개 고양이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나는 녀석들을 먹이고 재우는 동안 녀석들은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내가 개 고양이를 책임지고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키워진 것은 개 고양이에 의해 내 인생이지 않을까.


 이 기묘한 동거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은 부디 우리 모두 무탈하기를.






 그냥 글 끝내기는 뭐하니 첨부하는 사진들.




작가의 이전글 연수 활동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