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성당 자체에는 좀 냉담하게 살아보려고
'제곧내'다. 성당에 갔다가 사제에게 퀴어 혐오적 발언을 들었다. 그 말에 나는 괜히 오해하거나 선입견 만들기 싫으니 지금 잘못된 발언을 했고 사과하라고 했는데 사제는 나에게 '나는 하느님이 아니다'라는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를 늘어놓더니 사제관으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이 일로 나는 당분간 성당을 가지 않을 생각이다. 주일미사를 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소예절을 지낼 예정이다. 몇 달 정도 그러다가 '이제 슬슬 주일미사를 좀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이 되면 내가 혐오발언을 들은 주소지 관할 성당이 아니라 멀리 명동까지 가려 한다.
사순 판공? 앞으로 판공은 안 볼거다. 주소지 성당에 교적이 있고 그 곳은 정말 안 가고 싶다. 이번 판공표가 우체통에 와있으면 보자마자 찢어버릴거다. 내 교적이 어디에 가던, 교구청에 가던 어디에 있던 신경쓰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제도교회가 우리를 배척한다는 것에 썩 달갑지 않아서 주일 헌금은 물론이오 교무금도 일부러 안 낸지 꽤 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도교회 내에서 냉담자로 분류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싶다.
그러면서도 내가 소속된 가톨릭 퀴어 신앙 공동체까지 놓고 싶진 않다. 그 곳에서 나는 배척받지도 지워지지도 않고 온전히 공동체에 소속되어 미사를 봉헌할 수 있기에, 그 곳을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내가 잃고 싶은 것은 보편교회에 대한 것들이다. 우리의 말을 경청하지도, 우리와 동행하지도 않으면서 경청과 식별로 동행하는 수원교구 이따위 슬로건을 쓴 잘못, 우리의 존재를 지우고 우리를 배척하고 미워하며 가톨릭 교회 내 성소수자들에게 그건 죄라면서 상처를 주고 벼랑으로 몰아간 잘못은 명확하게도 제도교회의 잘못이며 '죄'이기에.
사실 내 모든 글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글에서 나는 '가톨릭은 성향과 행위를 구분한다'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보지 않는다, 동성애 행위를 죄로 볼 뿐'과 같은 개소리는 절대 사양이며 신고 차단으로 대응할거다. 그것 역시 엄연한 혐오이며 잘못된 언행이니 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성경에는 창녀와 세리가 천국에 먼저 들어갈 것이라고 되어있다(마태오 21, 28-32). 죄인이 먼저 천국에 들어간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당신네들이 죄인이라고 수군대는 우리 성소수자들이 먼저 천국에 들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