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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생활성가 <나>에 대한 개인적 묵상글

by 울새





어제 가톨릭 퀴어 신앙 공동체 서울 월례미사 중 봉헌성가로 생활성가 <나>를 불렀다. 그 중 가사 일부를 인용할까 한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못 본 것을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느님은 나 남이 가진거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은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성가를 부르면서 남에게 없고 나에게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론으로 나의 성 정체성,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을 보는 시선이 남에게 없지만 하느님께서 나에게 갖도록 해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남들에게 없고 나에게 있는 이것으로 인해 내가 고통받기도 하고 슬픔과 아픔,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들이 모여 내가 세상을 보는 해상도를 높여준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나에게 성 정체성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세상을 보는 시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으니 말이다. 아마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나 역시 퀴퍼 부근에서 무섭고 끔찍한 저주를 내뱉는 혐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







문득 참 좋아하는 엑스맨 코믹스의 한 캐릭터의 대사가 떠올라 그 대사로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받아들여야 해, 스콧- 딱히 빈다해서 이 축복받은 부분(우리가 뮤턴트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을거야. 네 자신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난 내 스스로가 무엇인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쳐버릴거란걸 매우 일찍부터 알았어. 그리고 가끔 미칠 때도 있지만 제정신을 잃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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