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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을 축하드립니다 :)

by 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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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입니다.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시 로어맨해튼 스톤월 항쟁으로 촉발된 성소수자 해방 운동을 기념하는 달이지요. 주로 이 달에는 퀴어 퍼레이드를 비롯한 퀴어 관련된 행사가 열립니다.


1969년 당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성애가 불법이었고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을 당하면 ‘자연을 거스르는 범죄’로 체포되어 공격당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뉴욕의 스톤월 주점은 이런 억압과 폭력을 피해 모여든 퀴어 당사자들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요. 그랬던 스톤월 주점이 1969년 6월 28일 새벽 경찰에게 급습을 당했고, 경찰들은 손님들을 수색하며 당시 사회의 젠더 규범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모두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마샤 P 존슨, 실비아 리베라, 스토메 델라베리에가 경찰의 폭력에 저항하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경찰에 만행에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의 군중들은 경찰이 최루 가스를 쓰는 등의 해산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4일간 자리를 지키며 항쟁을 이어갔고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제도적 차별과 폭력에 공개적으로 저항한 상징적인 행동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1969년 6월에 일어남으로 현재 우리는 6월을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스톤월 항쟁은 어느덧 50년도 더 지난 사건이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경험보다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우리에게 이와 같은 사건이 과연 없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어마어마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30년 가까이 떠돌기만 하고 있고 동성혼 법제화는 커녕 생활동반자법도 차별금지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분명히 안타까운 현실이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마냥 슬퍼하고 화만 낼 수는 없습니다. 슬퍼하고 화나는 마음을 인정하고 가지고 가야겠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더 큰 시련과 실망, 좌절을 맞닥트릴지도 모릅니다. 차별금지법을 위해, 생활동반자법을 위해,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더 많은 무지개를 위해 움직이고 목소리를 낼 때마다 “시끄럽다” “민폐다” “왜 저렇게 사냐” “동성애는 자유지만 조용히 짜져살아라” “너희는 창조섭리에 부합하지 않고 죄악 그 자체다” “더럽다”와 같은 것들을 더 만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1969년 6월 28일 새벽 스톤월 주점에서 경찰의 폭력에 목소리를 냈던 세 여성 마샤 P 존슨, 실비아 리베라, 스토메 델라베리에를 떠올리며 그저 용기를 내기만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면 옆 사람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며 세 여성의 저항이 스톤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로 이어졌던 것처럼 개개인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일으킬테니까요.


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계속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축하드립니다. :)


2025년 6월 1일 자정

아누비스 (딤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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