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지?
제곧내. 상당히 오랜만에 불안발작을 겪었다. 근래 두렵고 상처받는 상황이 계속 있어왔고 인터넷에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 모욕, 협박을 계속 당해왔기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동체 월례미사에서 스트레서가 될만한 일이 있었고 이러다가 또 불안발작이 오겠구나 싶어서 그 직전에 자리를 피해 바깥 계단에 몸을 숨겼다. 예상대로 불안발작이 왔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몸이 덜덜 떨리며 죽을 것 같은 증상이 올라왔다. 그래서 한동안 의식적으로 숨을 마시고 내뱉으며 어두운 계단에 숨어있어야 했다.
상당히 오랜만에 겪는 상황에 나는 아무런 대비가 안 되어있었고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곧 그들이 와서 나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현실을 이탈한 느낌이 생생했다.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덜덜 떨리는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죽겠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 날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몇 시간 자지는 못했다. 그 다음날이 알바를 가는 날이었다. 이 지랄맞고 엿같은 일을 겪고도 나는 알바를 가야하는구나 싶어서 현타가 왔지만 어찌어찌 알바를 다녀왔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살아는 있지만 죽고 싶다. 죽고 싶지만 살아야 한다. 버텨야 한다. 견뎌내야만 한다. 동료 활동가들에게, 생활동반자에게 괜히 나에 대해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그렇게 민폐를 끼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러면서 웃긴게 입원은 사절이다. 돈도 없을 뿐더러 정신병동에 가는 것은 연명치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아무리 그래도 연명치료는 싫다. 병원에 갇혀서 있을 바에는 차라리 밖에서 말라 죽는 것이 낫다.
괜찮아지는 날이 오긴 할까. 확실한건 적어도 당분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게 전치 몇 주입니다 이런 문제가 아니다보니 그런 것도 있고 누구 말 마따나 괜찮아지는데 정해진 기한도 루트도 없기 때문인 것도 있으니 말이다. 당분간은 이런 상태겠지. 툰도 못그리고 활동가로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냥 지금 심정은... 좀 쉬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쭉 자고 싶다. 정말이지 활동가로 사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래서 활동가들 중에 정신건강 안 좋은 경우가 그렇게 흔한건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