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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25. 2022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나의 인생을 바꾼 팔각형 어항





 나는 평범한 아이였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빌라 4층 집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것이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 집에 동물과 관련된 얇은 어린이용 책이 한가득 있었는데 그 책을 항상 유치원에 들고가야 직성이 풀렸다. 유치원에 가서도 책을 들여다보며 각종 동물에 대해 알아가기 비빴다. 또래 친구들은 무리를 지어 어울려 노는데 나는 혼자 구석에서 동물 책을 붙들고 있었다. 원체 성격 자체가 숫기 없고 소심하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더 즐겁고 행복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사귀기는 했지만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길을 가다가도 동물이 보이면 멈추어서 한참 동물을 쳐다보고 관찰해야만 했다. 수족관이 보이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유영하는 물고기를 봤다.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도 너무 신비롭고 좋았다. 그 때의 나는 평범하지만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이였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가 아는 분이 집에 있는 어항을 정리하고 싶은데 그 어항을 우리 집에 갖고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차에 그 어항을 싣고 왔다. 어항은 팔각형 모양의 바닥에 높이가 60센치 정도 되는 긴 어항이었다. 나와 부모님은 그 어항에 자갈을 깔고 여과기를 설치하고 어항에 넣을 물고기를 사러 동네 수족관에 갔다. 항상 구경만 하던 수족관에 물고기를 사러 간다는 생각에 나는 매우 행복했다. 수족관 안에는 처음 보는 물고기가 가득했고,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물고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드는 물고기 10마리를 사와 어항에 넣고 키웠다.


 첫 날 물고기는 낯선 환경에 숨어있기 바빴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어항 곳곳을 탐험하기도 하고 내가 밥을 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수면 위로 올라와 입을 뻐끔였다. 나는 나름대로 물고기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물고기를 키우는 친구와 자료 교환을 하기도 했다. 당시 플로피 디스크로 물고기 키우기와 질병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는 다른 친구들과 교환하기까지 했으니 물고기에 대한 나의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흔히 물고기를 보고 '붕어 대가리'또는 '물고기 기억력은 3초'라고 속되게 표현하지만 내가 겪은 물고기는 그렇지 않았다. 물고기는 멍청하지도, 지능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당시 내가 길렀던 10마리의 물고기는 모두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다른 동물 특히 인간 뿐만 아니라 물고기까지도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왜 어른들은 생명에 급을 나누고 사람의 생명은 귀하지만 물고기의 생명은 하찮다고 말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할 때 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동물 특히 물고기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은 아이가 되었다.


 그 물고기 10마리가 내 인생의 첫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물고기 10마리 덕분에 나는 물고기의 생명도 소중하고 물고기도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우연한 곳에서 포인트를 만난다고 했던가. 그 어항은 우연히 우리 집에 왔지만 우연히 온 어항은 그렇게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꿂을 넘어 삶의 목표까지 정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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