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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24. 2022

금붕어를 왜 키우나요?

금붕어에 대한 오해와 입장







 금붕어? 그거 냄새나고 기억력은 3초에 싸구려 물고기인데 왜 키우나요?




 필자가 금붕어를 키운다고 하면 듣는 말이다. 금붕어는 냄새나고 기억력은 제로에 마트에 가면 500원에 파는 싸구려 물고기인데 왜 금붕어를 키우냐고. 너무나도 좋아서 전공도 물고기와 관련된 것을 하고 알바로 번 돈을 금붕어에 쓰고 쉬는 날마다 금붕어 뒤치다꺼리를 해도 금붕어가 그렇게나 좋냐고.


 수산생명의학과를 졸업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물고기가, 금붕어가 좋다.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로 국가고시를 치지 못했고 방황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나는 아직도 금붕어가 사랑스럽다. 졸업 후 건강 문제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물생활을 쉬었지만 물생활을 쉬는 동안에도 종종 물고기를 보러다니고 유튜브로, 인스타그램으로 금붕어를 구경하곤 했다. 어쩌면 나에게 물고기, 특히 금붕어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금붕어는 손이 많이 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항 전등을 켜고 밥을 줘야 한다. 밥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잠시 어항 앞에서 어떤 개체가 밥을 잘 먹는지, 어떤 개체가 밥을 안 먹는지, 밤새 어항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아침에 전등을 켜고 저녁에 점호를 하면서 하루동안 어항에 문제는 없었는지, 여과기는 잘 돌아갔는지, 수온은 괜찮은지를 체크한다. 일주일에 한 번 환수(물갈이)도 해야 한다. 환수를 하면서 물갈이 약도 넣고 박테리아도 넣고 수질 테스트도 해야 한다. 정말이지 해야 할 것이 많고 알야아 할 것도 많다.


 또 번거롭기까지 하다. 휴일은 사람에게나 있지 동물에게는 휴일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동물을 돌보는 것에는 쉬는 날이 없다는 뜻이다. 일하지 않는 날도,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연휴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 먹이를 주고 상태를 체크하는 루틴을 반복해야 한다. 사람에 비유하기는 뭐하지만 마치 어린 아이를 1년 12달 365일 육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내가 금붕어를 키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금붕어가 주는 위로와 힐링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쉬는 날 어항 속을 살랑살랑 유영하는 금붕어를 보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먹이를 주려는데 수면 위로 올라와 입을 뻐끔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한 위로와 힐링도 세상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불편함과 번거로움, 내 돈과 시간과 노력을 금붕어들에게 써야 하지만 금붕어가 나에게 주는 것은 그보다 더 큰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금붕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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