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se or purse?
r과 l의 차이로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일해보려는 나에게
내 삶은 다시 두근거리기(pulse) 시작했다.
한 2주 정도 되었을까?
첫 주에 연락 오는 에이젼시는
지금 통번역 대학원을 갓 졸업하는 신입 통번역사들
또는 학부 졸업생들에게나 맞은 요율을 제시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주제에..
거절했다... 통번역 쪽 일에 손을 놓은 지 3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경력이 있고... 그동안 꾸준히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엄마 역할에 전념하는 그 기간 동안
난 인간을 탐구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학점 은행제로 아동학 학사를 따고
그 과정에서 가족 상담심리 수업을 듣고
그 분야가 흥미로와서
가족치료 관련 책을 읽으며 스스로 가족상담학 분야를
파고 들으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성숙한 인간이자 엄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지난 3년간의 나의 노력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이제야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하는 큰애, 이제 막 입학해서 한 달 만에 학교 적응완료한 둘째,
행복하고 즐겁게 웃는 애들만이 그 증거가 된다.
사실 엄마라는 역할만 할 때는 내 삶의 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온전히 '나'로써의 삶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랫동안 내 삶은 삐죽거리고(Purse) 있었다.
아이들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점점 더 자아가 강해지고
자기주장이 센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매 순간이 힘들고 지쳤었다.
요즘엔 애들 꼬물이일 때 사진을 가끔씩 꺼내 보며
그때로 잠시나마 돌아가 꼬소한 아기 냄새를 맡으며 지친 마음을 달랜다.
번역 습작을 하는 중에
'살아 있은 모든 것은 두근거린다'
라는 문장을 마주쳤다.
최근 보고 있는 'Pulse'라는 의학 미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Every living thing pulses'
라고 쓰려고 했다.
그런데
'Every living thing purses'
라고 철자 하나는 잘못 써버렸다.
'Pulse vs Purse'
한국 사람들이 가장 발음하기 힘들어하는
r과 l이기도 하지만
두 개를 혼돈해서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수로 쓰게 된 단어이지만
'purse'라는 단어에 '입을 오므리다, 뾰로통해하면서 입을 삐죽거리다'
라는 뜻이 있기에
지금의 내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듯해서
혼자 한참을 미소 지었다....
삶이 삐죽거렸지만 이젠 두근 거린다...
모든 새로운 시작은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