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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Apr 14. 2016

[독서록] 백년허리

'백년허리'의 저자인 정선근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것은 본과 4학년이던 2000년이지요. 솔직히 강의의 주제와 내용은 별로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그땐 머릿속에 담을 것이 그것말고도 너무 많았으니까요. 와, 의대교수는 배나오고 팔다리 가느다란 체형만 있는 줄 았는데 저런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시는 분도 계시구나,하는 경탄을 했던 기억만이 남아있습니다. 

사실 의대교수가 낸 책을 돈 주고 사서 보는 일은 그리 흔하지는 않아요. 사실 이런저런 건강관련 서적 중엔 사이비가 너무 많아서, 의대 교수가 쓴 책들은 그나마 그 중엔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의사가 읽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책은 그리 많진 않았어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들은 너무 성의가 없거나, 의대에서 다 배우는 지식을 쉽게 풀어놓은 교양서여서 굳이 의사가 볼 만한 책은 아니거나, 또는 너무 자기 주관이 많이 들어가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책들이 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산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너무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지요. 제작년 겨울부터 오른쪽 천장골관절부위가 묵직하게 아파왔고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재활의학과 선생님도 원인이 분명치 않다고 하셨었지요. 뭔가 악화와 완화요인이 있는듯 하면서도 떠올려보면 확실치 않고, 방사통도 분명치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보시기엔 증상이 특정 진단명에 걸맞는 전형적인 통증은 아니었나 봅니다. 의사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환자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지만, 뭔가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괴로움을 저는 너무도 잘 알기때문에, 그리고 인체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석하여 답을 내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를 잘 알기 때문에, 아아 그렇군요 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은 직업상 오래 앉아있으면서 어깨와 허리를 수그리고 있는 자세를 오래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부터 조금씩 교정해보기로 했지요.  그 무렵부터  PT를 받게 되었는데, 주 2회 1시간씩 운동을 하게 되면서 통증은 어느샌가 사라지더라구요. 아 그래서 원인은 운동부족이었구나 (이런 비과학적인 term이 있나!) 생각을 하다가, 작년 여름에  PT를  마치고 다시 운동부족의 상태로 접어들면서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지요. 요즘은 직장을 옮기고 장시간 운전을 하는데, 가끔 회식이 있어서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통증이 정말 심해집니다. 평소에는 1-2점 정도 되는 통증이 일산에서 경의선 전철을 타고 홍대 입구 정도까지 와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쯤 되면 5-6점 정도로 심해지지요. 그래도 아직 이것때문에 일을 못하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젠 나이 40이 되니 언제 나빠질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한살 터울의 선배가 과중한 외래진료 후에 허리를 펴지 못하고 다니는 것을 보니 더더욱 걱정이 되더군요. 

정선근 선생님의 책을 읽어보니 저의 증상은 아마도 디스크 내부손상으로 인한 것 같긴 합니다. 다리로 뻗어가는 방사통은 없는 둔하고 시큰한 느낌의 허리 통증이고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것을 보니 말이에요. 물론 위치가 딱 허리가 아니고 천장골관절이어서 보통 통증이 있다고 하는 부위보다 약간 아래쪽이고 통증의 양상이 약간 시큰거리는 양상으로  신경병성통증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역시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통증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책에서 추천하는 고관절 경첩운동을 하다보니 왼쪽 허리 쪽으로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이대로 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허리 통증은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지 이것을 단번에 낫게 하는 비법이란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추전만을 유지한 채로 추가적인 디스크손상을 막고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려는 전략은 타당해보입니다. 한편 수많은 요통의 원인을 디스크손상과 디스크탈출, 두 가지로만 설명하는 것이  (이것들이 가장 흔한 원인들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는 하였습니다. 16년 전 배웠던 재활의학 교과서의 “요통의 재활” 편을 펼쳐보니 척추구조의 변형과 손상에 의한 통증의 증후군을 9가지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있더군요. 맨 앞에 나와있는 척추후관절증후관과 천장골증후군만 해도 디스크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결국 답은 책만 읽고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책은 평소의 자세 유지와 운동을 위한 길잡이로 삼고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재활의학과 교과서에 보니 요통은 사람들이 감기 다음으로 흔하게 겪는 증상이라고 해요. 아무튼 저 자신도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저와 동료들이 모두 허리에 좋지 않은 자세를 장시간 취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러면서 상대하는 많은 환자들은  고령층이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고, 이분들이 다 암환자들이니 이 중에서도 언제나 척추뼈 전이와 이로 인한 척수압박과 응급상황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종양내과의사로서도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증상이에요. 적어도 요추전만을 유지한 채로 걷기, 앉아서 일하는 틈틈이 신전운동을 해주는 것은 꼭 지켜야 하겠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은 아무래도 다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보기는 해야 할 것 같네요. 왠지 그래도 답은 안나올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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