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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Apr 18. 2016

[독서록]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https://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6805114


사사키 후미오 저  김윤경 역  비즈니스북스


처음 책 이름을 접했을 땐, 출판사이름도 그렇고, 사실 제목도 그리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살기로 했다’는 제목을 들었을 땐  ‘그래서 뭐?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잖아?’라는 반발감이 들었지요. 각종 처세술과 자기개발서는 사실 정작 읽는 사람의 인생에 정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지요. 각종 다짐을 한다고 해도 유효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그건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신문기사에선가, 저자가 이야기하는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의 개념에 대해 들었던 적이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고,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요.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닐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 역시 점점 집에 넘쳐나고 쌓아가는 물건들에 지쳐가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고, 남편은 특히 요즘 물건을 줄이고 깔끔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중이었던지라, 결국 아이들 책을 사러 간 동네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지요. 


사실은 독서록을 쓰고 있는 것도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실천해볼까 하는 맘에서이기도 합니다. 계속 쌓아둔다고 내 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내 삶의 일부분이라도 바꿀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내 책이 되는 것 같아요. 독서록을 쓴 책들은 다시 읽을 것 같지 않다면 중고서점에 팔거나 도서관에 기증할까 생각중입니다. 이 책도 물론이고, 다른 책들도 말이지요. 집에 안읽고 쌓아놓은 언젠가는 읽겠다 하고 늘어놓는 책도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어요. 주로 무거운 제목 또는 진짜 무거운 하드커버의 책들이죠. <코스모스> <담론> <통섭>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책들을 아이 학교의 도서관에 기증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되겠지요. 다음 이사가기 전에는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니 주말마다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야 하겠지요. 


저자는 소유한 물건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생활에 큰 변화를 주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일단 뭘 살지 고민하는 걸 줄여주고, 집안에 공간을 만들어주고, 청소를 쉽게 해주고, 물건을 볼 때마다 느끼는 부채의식 (저 옷을 살빼서 입어야 하는데… 저 책을 읽어야 하는데…. 등등)을 줄여주고, 관리에 들이는 노력과 고뇌를 줄여주어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떤 물건을 살까 고민하는 것이 나름 삶의 약간의 즐거움이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지금에 만족하고 사는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엔 가벼운 11-13인치 노트북을 하나 구매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집에서 쓰는 17인치 대형 노트북이 있고, 병원에서 쓰는 업무용 데스크톱이 있는데, 여기다가 소형 노트북을 하나 더 구매했을때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이 실은 엄두가 나지를 않습니다. 사실 쓸 일이 많은 것도 아니지요. 집과 병원에서 각각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데, 노트북이 필요할 때는…. 아마도 학회갈 때? 뭐 그정도이겠지요. 그런데 학회가서 그리 많이 쓰겠어요? 사실 학회에서 낮에 계속 돌아다니고 나면 회의가 있거나, 이국의 도시를 둘러보는 즐거움을 누리거나, 그렇지 않다면 시차 때문에 지쳐 쓰러져 자기 일쑤이기 때문에 별로 쓸 일이 많지도 않아요. 휴가갈때? 그럴땐 일할 거리는 가져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죠. 커피숍에서 일할 때? 흠…. 그리 자주 있을 것 같진 않아요. 그보다는 지금 쓰고 있는 아이패드프로와 스마트키보드에 적응해보려고 해요. 충동구매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기능엔 상당히 만족하고 있거든요. PDF에 줄을 그으면서 논문을 읽는 것도 가능해요. 아무튼 여기다가 뭔가 IT 기기를 더 늘리는 것을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물론 나중에 필요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스마트키보드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도 생각보다 만족스럽기는 하네요. 좋아요. 당분간은 소형노트북이 없는 삶에 익숙해지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며칠이 지나고 주말을 보냈는데, 남편이 집안정리를 시작했습니다. 화장실부터... 호텔에 가면 늘 챙겨오는 어메너티들을 포함, 쓰다만 샴푸와 린스, 헤어젤 등을 다 정리해서 버렸어요. 다시는 절대 쓰지 않을 물건들인데…. 버리다보면 “이렇게 버리게 되니 다음엔 주의해서 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쓸데없이 어메너티 챙겨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용도실에 놓아둔 실패한 레몬청도 주중에 좀 치워야겠어요. 아마 지금쯤은 유리병 안에서 썩고 있을텐데….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한번씩 실패하면 웬만한 건 무리하게 손대지 않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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