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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y 15. 2016

[독서록] 금요일엔 돌아오렴


2016년 4월 16일, 그 일이 일어난 지 꼭 2년째 되는 날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년 5월에 산 책이니 구매한 지 일년이 지나서야 읽기 시작한 셈이네요. 그동안은 사실 사놓고도 펼치질 못했었습니다. 정말로 읽으려고 학회가는 짐에 끼워넣었다가 손도 대지 않고 가져온 적도 있어요. 좋게 말한다면 마음이 아파서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애써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내 마음까지 아프고 싶지 않아서이겠지요. 

3월 말이었나, 큰아이 학급의 엄마 모임에 갔었습니다. 커피마시며 수다떠는 모임이었죠. 새 담임선생님, 아이들, 학교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4월만 되면 마음이 너무 답답해져요” 

다들 왜 그러시냐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하니 

“세월호 말이에요…. 애들 그 생각만 하면... 우리나라가 정말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어요” 

순간 자리는 잠시 숙연해졌지만 이내 다른 이야기로 화제가 돌려졌지요. 뭔가 더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가늠을 할 수 없었습니다. 

죄없이 세상을 뜬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떠올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흐릅니다. 그게 나라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괴로운 일을 직접 당한사람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울어서 어디 책을 갖고 가서 읽지를 못했었어요. 그래서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집에서만 읽어야 했으니까요.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맨 처음 나오는, 공황장애를 앓는 어머니의 이야기에요.  어머니는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를 듣게 되지만, 거의 다가올 비극을 직감하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바로 연락해서 엄마를 안심시키곤 하던 사려깊은 아들이었으니까요. 그 아들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아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지요. 불행에 대한 직감은 곧 엄청난 고통이 되어 어머니를 덮치게 되고요.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 아들이 생각났어요.  초등학생 아들은 일하는 엄마, 그것도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바쁜 엄마와 같이 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녁에 잠을 좀처럼 잘 이루지 못하고, 항상 늦게 들어온 엄마가 옆에 있음을 확인해야 잠을 이룰 수 있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항상 걱정하고 종종 어깨도 주물러주지요. 엄마가 지친 나머지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아들은 늘 이해해주고 엄마의 마음이 어디 힘든 곳은 없는지 살피는 아이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부모들은 보통 내 아이가 철이 없다고 생각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방향의 돌봄과 일방향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아이들도 부모를 돌보고 아이들도 부모를 무척 사랑합니다. 부모들은 평소엔 좀처럼 느끼지 못하지만 아이들의 돌봄을 받고 아이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지요.  그것을 아이를 잃음으로써 알게 되는 고통은, 정말 감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기억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들의 슬픔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려 들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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