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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y 22. 2016

(독서록)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한국을 탈출하는, 탈출에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 누구나 벗어나고 싶은 숨막히는 이 나라에서 떠도는 헬조선 담론과 함께 소설의 여러 구절이 어딘가에 인용되었고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느낌이라 좀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탈출한 기분은 어떤걸까? 그 카타르시스란 어떤걸까?
호주에 가서 각고의 노력 끝에 영주권을 획득한 주인공 계나는 한국에서도 나름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언론사 기자로 취직한 전 남자친구와 재결합할 기회를 그녀는 밀어내며 말한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며 살고싶지 않아.”
늘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던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뭔가에 푹 찔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좀 우울해졌다. 최근에 직장을 옮기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며 교육문제때문에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이니까. 과연 나는 우리 아이들과 한국에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도 과연 이 곳을 탈출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직까진 그러고 싶지는 않다. 사실 결혼하고 수련 마치고 이곳을 탈출했어야 했다는 생각은 조금씩 들고는 있지만…
요즘 서천석 선생님의 ‘아이와 나’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데 (얼마 전 종료되었지만 작년 것을 찾아서 듣고 있다) 여성학자 박혜란 선생님은 ‘아이를 돌보고 함께 하는 바로 지금을 즐겨라’라는 말씀을 하신다. 예전엔 아이 셋 다 서울대 보낸 강남엄마의 한가한 소리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미래는 아무리 해도 예측이 안되고 우리 맘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데, 준비하면서 불안해하기보다는 바로 지금 행복하자’라는 메시지가 점점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두려워하지 말자. 그러면 아이도 두려워하니까.
바로 지금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하며 살자.

내가 해서 즐거운 것을 하면 된다. 글쓰기, 책읽기, 그리기….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기.
그러면서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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