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coAzim Aug 15. 2016

[독서록] 결혼해도 괜찮아

남편에 대한 감사일기

제목과는 달리 한권 가득 남편 흉과 신세타령으로 점철된 박혜란의 <결혼해도 괜찮아>의 마지막 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안녕’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서 고마워요. 당신이 없었다면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살지 몰라요.
아침이면 어김없이 배고파하는 사람이 있어서 고마워요. 당신이 없었다면 입맛도 없는데다 귀찮아서 자주 아침을 거를 테니까요.
식탁에서 어젯밤 꿈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 너무 기분 나쁜 꿈이라 털어 버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꿀꿀했을 거예요.
뭐 먹고 싶으냐고 물으면 언제나 항상 한결같이 ‘아무 거나’라고 해서 고마워요. 먹고 싶은 걸 꼭 집어서 말하면 못 해 줄 때가 많을 테니까요.
방을 마구 어질러 놓고 치우지 않아서 고마워요. 덕분에 나도 맘껏 늘어놓고 살 수 있으니까요.”

 제주도 여행을 와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여행와선 덥다고 계속 숙소 침대에서 잠만 자는 저질체력 + 귀차니스트 남편이 더 미워질 뻔 했네요. 책을 통해서도 그렇고 sns나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남의 남편 흉을 듣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내 남편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너그러워지지요. 그리고 역시 사소한 남편 흉은 계속 봐야,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마음이 정리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남편에게 감사일기를 써보려고 해요.


청소와 빨래돌리기, 빨래 널기를 신경쓰지 않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내가 너저분하게 늘어놓고 사는 성격인데 아빠까지 그러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남편에게 잔소리 안들으려고 하다보니, 옷 벗어서 아무데나 두거나 ( 울엄마 말씀에 의하면 애벌레 허물벗듯...) 샴푸뚜껑 쓰고 나서 그냥 열어두는 버릇도 많이 나아졌어요. (그런데 책 내용과는 반대네…. 나도 맘껏 늘어놓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
여행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못하는 저질체력이어서 고마워요. 에너지가 넘쳐서 여기저기 다녔더라면 내가 감당이 안되었을거에요. 이렇게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을 시간도 없었을 지 모르지요.
밥하기를 싫어하지만 내가 한 건 맛없어도 먹고 맛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칭찬해주어서 고마워요. 맛없어도 먹는 이유는 본인이 치워야 하니까 그러는 건 알지만요.
설거지가 힘드니까 나가서 먹자고 해주어서 고마워요. 나도 바라는 바이니까…


그 외에도 남편에게 감사할 일은 많지만 살면서 좀더 찾아보려고 합니다. 우리 남편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독서록] 만약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