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webmd.com/cancer/chemo-checklist#2
최근 환자들이 환우회에 올리는 질문들을 정리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것이 "준비"였습니다.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인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많이 물어보십니다. 사실 치료 전에 교육할 때는 "항암 하면 이런 부작용들이 생긴다"며 속사포처럼 늘어놓고 교육책자를 주는 것이 의료진이 말하는 '준비'이긴 했는데....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실제 준비물 리스트를 원하시는 경우들도 있었는데 그건 치료를 받아보신 환자들이 더 잘 아실 것 같네요. 다녀보니 뭐가 필요하더라...는 것들. 저는 잘 모르지만 보온물병이나 편하고 신축성있는 옷 (토해서 더러워질 수도 있으니까 저렴한 것으로), 물티슈, 요즘같은 겨울철엔 무릎담요 , 핫팩 정도 가져오시면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여름철엔 손선풍기....?) 일단 의료진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체온계입니다. 가지고 다닐 필요까진 없으나 집에 하나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혈압계도 있으면 좋습니다. 열이 났다는데 몇도냐고 여쭤보면 안재봤다, 집에 체온계가 없다는 대답이 나오면 난감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체온계는 필수에요.
마침 유용한 웹페이지를 하나 찾았는데 <항암치료 체크리스트: 10가지 준비해야 할 것들> 입니다. 그대로 번역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 맞지는 않는 것 같아서, 10가지가 뭔지만 따오고 구체적인 내용들은 저의 경험과 의견을 적어보았습니다. 일단 내용이 많아서 처음 5가지만.... 나머지 5가지는 이후에.
1. 통원치료를 도울 사람을 정하세요.
항암치료를 하고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는지, 운전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자가 운전은 권하지 않습니다. 많이 피곤해지기 때문이죠. 음주 또는 수면부족시에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항암 직후에는 구토를 하는 일도 가끔 일어납니다. (당일보다는 수 일 지나서 울렁거린다는 분들이 좀더 많기는 합니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는 환자들을 위해 차를 태워주는 자원봉사자를 매칭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네요. (https://www.cancer.org/treatment/support-programs-and-services/road-to-recovery.html) 우리도 이런 사회적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직장에서 치료 일정과 관련하여 상의하세요.(가능하다면)
항암제 주사는 대부분 외래에서 투약됩니다. 짧으면 수 분, 길면 6시간 이상 병원에 있어야 하는 일도 흔히 있습니다. 입원해서 투여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보통 병원에 와서 혈액검사 하고 대기, 보통 2시간-> 진료대기-> 주사실 자리 날 때까지 대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휴직을 하는 분들도 많고요.
직장업무와 병행하기 위해서는 병가를 내야 하는데, 실제 치료를 위한 병가를 내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나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항암치료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긴 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항암제의 종류, 스케쥴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는 합니다. 담당의사와도 상의가 필요하겠습니다.
3. 일정을 비워두세요.
여행이나 운동 등 에너지가 소모되는 활동들은 사실 항암치료 중의 피로가 심해지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집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건 우리나라 환자들은 잘 하는 것이긴 한데, 반대의 극단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이전의 일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을 택하면서 오히려 더 외로워지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더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가끔 봅니다. 처음엔 일정을 비워두되, 조금 적응이 되면 쉬운 활동부터 조금씩 해나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여행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항암 스케쥴을 조정하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단 보조항암치료는 일정을 가급적 지켜서 하는 것이 중요하고 종료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 끝난 후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완화항암치료는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다 끝나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치료 중에 암이 비교적 조절이 잘 되고 부작용이 심하지 않을 시기에 일정을 조정해서 다녀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시기는 담당의사와 상의해야겠지요.
4.식사와 육아를 도울 사람들을 정하세요.
환자들이 입원을 원하는 이유 중 많은 것이 '밥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주로 남자분들입니다) 또는 '밥을 해야 해서' (여자분들입니다..아파도 집에서 밥을 해야 하는 여성분들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입니다. 실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요양병원에 입원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요양병원은 감염의 우려도 있고 식사 이외에 의학적 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라면 굳이 입원을 권하지 않으나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밥은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도 주말마다 끼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이니까요.
또한 환자가 어린 자녀를 두고 있다면 아이돌봄도 누군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배우자 또는 다른 가족이 좀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겠죠. 저도 육아 때문에 늘 괴로워하고 있고 환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좀더 사회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암환자를 위한 아이 돌봄 서비스....정말 필요합니다.
5. 항암 후 분비물 및 체액 주의
치료 후 48시간 이내에는 항암제가 몸의 분비물 (소변, 대변, 구토물, 기타 체액 등)에 섞여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체액에 가급적 닿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변기에 분비물을 흘려 보낼 때 주변에 튀지 않도록 하며, 용변 후에는 가급적 자주 변기 주변이나 세면대 등을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액이 묻은 부분을 빨거나 청소할 때는 장갑을 착용하세요. 만약 집에 화장실이 2개라면 치료 후 48시간 동안은 가족 (특히 어린이)과 따로 쓰시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chemocare 홈페이지를 참조했습니다. http://chemocare.com/chemotherapy/side-effects/chemotherapy-safety.aspx)
나머지 5가지는 아래와 같은데 다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올리겠습니다.
6. 항암 전 치과 진료를 받으세요 (중요!)
7. (요리하기 힘들 때 먹을 수 있도록) 양질의 영양을 갖춘 식품을 준비하세요 (건강기능식품 말고 진짜 끼니가 될만한 것들)
8. 가발 구입을 고려하세요. (탈모 심한 약제로 치료 받을 경우 한해서)
9. 애완동물을 어떻게 돌볼 지 계획하세요 (키우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감염위험으로 적어도 배설물 치우기나 어항/새장 청소 등은 다른 이가 해주는게 좋음)
10. 안전한 성관계를 하세요 (관계를 하면 안되는 건 아닌데 피임은 해야 합니다)
체크리스트에 없지만 의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11. 예방접종: 독감접종(유행철에 한정), 폐구균 접종 항암 전 필요합니다.
12. 간염치료: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의 경우 예방적 항바이러스치료가 필요합니다. 항암제로 인한 바이러스 활성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보험이 안되어서 한달 20만원 정도 들었는데 요즘은 다행히 보험도 됩니다.
13. 금주, 금연은 당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