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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y 13. 2020

입원 권하는 사회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513031012&fbclid=IwAR02NUzo4Bm27CVJPZ3NH79BNRSAWjocCxp_dA85SIZLsRhzM57_KvDPN-Q

서울신문에 5월 칼럼이 실렸습니다. 아래는 수정 전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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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인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건강에 크게 자신이 있어서는 아니다. 질병은 개인이 아무리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더라도 유전, 또는 우연의 결과로 찾아올 수 있는 것임을 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사들은 진료를 하면서 실손의료보험이 의료제도에 미치는 역기능에 대해 많이 목격하게 된다. 과잉진료를 부르고, 과도한 의료이용을 부추기는. 이런 난맥상에는 나까지 뛰어들어 엮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그들은 경제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필요한 치료비를 충분히 보장을 받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편법을 동원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건강보험으로 지원되지 않는 (비급여라고 한다) 고가의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치료가 그 예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범위가 많이 넓어졌지만 새로운 약은 계속 나오고, 그 비싼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모두 감당할 수도 없는 일이다. 비용 효과가 떨어져 건강보험 급여는 되지 않더라도 환자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비급여 약제는 늘 있게 마련이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이런 약들도 마음 놓고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외래 약제비는 많아봐야 일당 5-10만원 안팎의 한도 이내이기 때문에, 대부분 외래 주사실에서 투여되는 항암제의 비용은 충분히 보전받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담당의사에게 입원을 시켜달라고 읍소한다. 실손보험은 입원치료비를 더 폭넓게 보장하기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약값도 대부분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혜택이 없다면 자녀들의 등록금, 결혼자금을 헐어야 치료를 받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의사는 입원을 시키지 않으면 사실상 그들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앗아갈 수도 있는 윤리적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문제는 입원병상은 늘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 응급실에 입원을 대기하고 있는 중환자가 넘쳐난다면, 누구를 먼저 입원시켜야 하는가. 

나는 지난 수개월간 비급여 항암제 치료 목적의 입원을 중단시켰다. 이전부터도 중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불요불급한 입원은 줄이려고 했었지만, 말기암 상태에서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앗는 악역을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격리를 위한 병상을 확보해야 하였으므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이전보다 더욱 더 줄어들게 되었다. 입원치료를 반드시 요하는 중환자들부터 입원시켜야 했다. 평소라면 그래도 입원시켜달라며 간절히 사정했을 대부분의 환자들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니 체념하고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입원병상이라는 제한된 자원이 이런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이나 되어야 그나마 의학적 필요에 의해 분배될 수 있는 것 자체가 뭔가 많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에서의 코로나 19 유행의 도화선이 된 31번 환자는 교통사고 후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결혼식과 교회 예배를 참석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고, 소위 전형적인 '나이롱 입원'으로 문제가 되었다. 물론 이런 입원과 암환자의 비급여 치료목적의 입원은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하지는 않아도 될 사회적 입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입원을 유인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민간보험제도의 맹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민간보험 이외에도 입원을 더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많다. 불안정한 고용과 장시간의 노동은 가족을 위한 간병휴가나 휴직을 어렵게 한다. 가정에서 간병할 이가 없으니 입원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들을 위해 방문간호와 왕진, 가정간병이 필요하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히 자리잡지 못했다. 한편 가부장제 역시 입원을 권한다. 남성들은 ‘집에 있으면 밥해줄 사람이 없다’, 여성들은 반대로 ‘집에 있으면 아파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입원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20세기 초의 근대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주인공은 "되지 못한 명예 싸움쓸데없는 지위 다툼질때문에 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고 한탄한다불안정한 노동취약한 복지그리고 이로 인해 각자도생의 수단으로 등장한 민간보험이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한다고 한다면너무 과대한 해석일까이런 식으로 늘어난 입원이 언제든지 감염병 대유행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때보다도 명확히 알게 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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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청년의사에 비슷한 내용의 칼럼을 실은 바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속되어온 생각이기도 한데 이 때는 너무 어조가 강했군요 '명심하기 바란다'라니... 뭐 그때만 해도 30대였으니까요... ㅋㅋ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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