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NEJM 칼럼, "의학교육의 비용, 가격과 부채"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p1916528?query=TOC
요즘 코로나19 유행사태에서 부쩍 수요가 늘어난 보건의료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화두가 된 것 같습니다. 최근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된 법안도 발의되기도 하였구요. 물론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최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에 이에 대한 칼럼이 실렸는데, 공감이 가서 번역해보았습니다.
이 칼럼의 내용은 사실 온전히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주된 주장은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의학교육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게 단순히 등록금만 낮추는 가격 조정이나 학자금 대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혁신적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등록금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일차진료의사를 양성하려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부채를 갚아주니 오히려 더 수련을 오래 받는 전문의 트레이닝을 많이 받는 방향으로 바뀌고 (부채상환프로그램 적용기간 중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하면 소득이 적어서 부채탕감률이 올라가므로, 오히려 일반의보다는 레지던트수련기간이 긴 전문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일차진료에 종사하려는 동기가 감소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최근 제안된 공공의료 설립법안의 내용과 겹쳐져 보였습니다. 재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10년간 공공부문에서 종사하도록 한다는 내용 말이죠. 이 역시 부채를 수단으로 한 정책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칼럼 중간에도 나오지만, 일차진료의사를 더 많이 하게 만들려면 그들에게 주는 보수를 늘려야 합니다. 즉 보다 직접적인 방법을 써야 해결된다는 것이죠. 사실 그 돈은 누가 댈 것이냐를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한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칼럼에 나온 것과 같이 의학교육의 양과 질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비용 역시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칼럼에 나온 것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리고 그것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료인력문제는 교육만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의사가 되어 나온 사람들에게 일차의료, 공공의료와 관련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비전을 보여주는 것 역시 공공의대 설립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역시 공공의료 강화 방안에서 고려하고 계시리라 믿으며 또한 충분히 현실화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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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에서는 4년간의 의대 교육에 드는 비용이 약 4만달러정도였다. i반면 2018년에는 평균 비용이 약 30만달러로 750% 상승하였고, 학생 중 75%는 대출을 받았으며, 졸업 시 평균 부채는 20만 달러에 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약 250% 증가하였다. 일부는 이 폭발적인 교육비 증가로 인해 미국 의대 졸업생의 대다수가 보수가 적은 일차 진료보다는 고액의 보수를 받는 전문의를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공 간 불균형 외에도 의학교육의 높은 비용은 여전히 문제다. 예를 들어 빚이 없이 졸업하는 의대생의 비율 역시 2010년과 2018년 사이에 증가하였는데, 그것이 교육 비용이 감소하였거나 장학금의 증가 덕분이라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다. 즉 점점 부유한 이들만이 의사가 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되어왔다. 2018년에 뉴욕대학교는 의과대학 등록금을 무료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웨일 코넬 의대는 재정상 곤란을 겪는 학생들에게 채무를 면제해주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기관 수준의 정책들은 특정조건 하에서 부채를 탕감해주는 연방정부의 대출금 상환 프로그램과 함께 시행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볼 때에는 비용 (cost), 가격 (price), 채무 (debt)라는 용어를 잘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이들을 서로 바꿔 사용한다면 이들 프로그램 간의 미묘한 차이를 놓칠 수도 있다. 정책의 목표가 의학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인지, 교육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을 낮춰주는 것인지, 또는 부채를 줄여주는 것인지에 따라 각각의 정책의 결과는 다를 수 있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의학교육의 비용이란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임직원의 시간, 교재, 기술, 시설, 행정 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이 실습을 하게 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임상현장의 비효율까지를 포함한다. 많은 의대학장들은 의학교육이 손해라고 한탄하곤 하는데, 이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돈보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사실이다. 의과대학들은 이러한 비용손실을 자선사업이나 임상진료수익으로부터의 보조금, 그리고 공공의 지원으로 메꾸고 있다.
의학교육의 가격은 학생들에게 가는 청구서이다. 입학지원 원서비, 등록금, 교재비, 면허취득비, 각종 자격인증에 드는 수수료 뿐만 아니라 교육과 수련기간동안 돈을 벌지 못하는 기회비용까지 포함된다. 채무는 학생들이 이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돈을 빌릴 때 생긴다.
사람들이 의학교육의 비용이 높다고 할 때, 보통은 가격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격과 비용 둘 다 높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의대생이 되는 것도 비싸고, 의대를 운영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든다. 가격과 비용은 완벽하게 경쟁적인 시장을 제외하고는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의사 양성을 위한 비용을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 그리고 학교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지, 아니면 모든 또는 일부 학생들에게 교육의 가격을 낮춰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려면, 이 가격과 비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비용과 가격을 굳이 구분하는 것이 현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면 가격은 떨어져도 의학교육의 비용은 낮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대출 상환 프로그램 역시 의료 교육 비용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출 상환 프로그램의 한 가지 장점은 의사들이 수련을 마친 후의 전공 선택응 일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의학교육이 무상화된다면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의대에 들어올 후 있고 사회적 가치가 증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채와 상환에 대한 규정 없이는 이들의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일부 대출 상환 프로그램은 특정 인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여 운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립보건원의 지원 프로그램은 의사들이 임상 의과학자 (clinician-scientists)가 되는 대가로 대출상환을 해준다.
그러나 대출 상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이득을 챙기는 의사들도 있고, 프로그램 간의 목표가 상충하기도 한다. 공공의료대출상환 프로그램 (PSLF:The Public Service Loan Forgiveness)이 그 예이다. PSLF의 혜택을 받는 의사는 비영리기관 또는 공공기관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의대 졸업생들이 레지던트 수련기간을 포함하여 PSLF 근무요건을 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PSLF는 부채는 실질적으로 줄여주더라도 의사들의 진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PSLF 해당기간동안 상환하는 금액은 의무복무기간의 의사의 수입에 기초해서 설정되므로,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레지던트 수련기간에 PSLF를 이용하면 1차진료를 선택하는 경우보다 실제로 더 많은 부채를 탕감받게 되면서도 수련 이후에는 급여가 높은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졸업하고 3년간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를 하면서 빚이 19만 달러인 사람은 10년간 13만8000달러를 갚고 15만 달러를 면제받는다. 그러나 7년간의 전문의 수련과정을 밟는 졸업생들은 10년간 8만 달러를 상환하고 20만 달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민건강서비스공단 (NHSC)의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2년간 의료 소외지역에서 1차진료의로 근무해야 한다. 그곳에서의 수입은 대개 낮은 반면, 2년 근속을 한다고 해도 5만달러 이상 대출면제를 받을 수 없다. 2010년과 2019년 사이 NHSC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반면 PSLF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 현상은 전혀 놀랍지 않은 것이다.
물론, 빚을 내서 교육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대출상환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제한점은 다른 곳에 있다. 대출상환프로그램은 가격이나 비용이 아닌 부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교육의 가격을 오히려 더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대출금의 전부 또는 일부분을 면제받을 수 있다면, 학생들은 의학교육의 가격 및 학교간의 가격 차이에 대해 덜 민감해진다. 의과대학들은 가격을 낮추어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할 동기가 크지 않은데, 대출상환프로그램은 이를 더욱 더 약화시킨다. 대출면제가 부분적으로만 되거나 심지어 불확실하더라도 가격에의 민감도는 떨어지게 된다. 결국 돈은 교육 가격을 높게 부르는 학교로 가게 되는 것이다. 채무 구제는 미래의 의사들에게 환영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단지 비용을 다른 당사자들에게 넘기게 될 뿐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는 의학교육의 비용을 줄여서, 거기서 아낀 돈으로 가격을 줄이고, 빚을 줄임으로써 보다 다양한 학생들을 의사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정책들이 의학교육의 가격이나 부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일부 최근 정책들은 의사를 양성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은 의학교육의 비용을 줄이는 것에 정당한 이유를 대며 반대하는 이들은 없다. 의과대학 보직자들은 교육으로 창출되는 이윤에 신경을 쓰기는 하겠지만, 가격을 높이는 것 만큼이나 비용을 줄이는 것도 그들의 이윤을 늘리는 방법이다. 비용을 줄이면 의학교육자들이 직업을 잃으니 반대할까? 그들은 얼마든지 다른 일(e.g. 진료나 연구)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니 이 역시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가격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다. 일부 의과대학들은 학제를 3년으로 줄이고 있다. 교육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제공하면서도 질을 높이기 위한 테크놀로지를 도입하기도 한다. 우리는 교육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나 부채를 줄이는 것만 추구한다면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행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회사들은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며, 적어도 다른 회사들에게 추격당하기 전까지는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다. 물론 고등교육시장에서 이러한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개념은 타당하지 않지만, 교육 비용을 줄인다면 이로 인한 이윤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재분배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많은 의대들이 실제 학생교육에 드는 비용보다 적은 등록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감소한다면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비용을 건너뛰고 가격과 부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누가 무엇을 지불하느냐를 바꿀 뿐, 전체적인 금액을 줄이지는 못한다.
우리가 필요한 영역의 의사를 더 많이 키워내기 위해서도, 우리는 마찬가지로 가격이나 대출이 아니라 비용을 건드려야 한다. 예를 들어 농촌지역에서 진료하는 일차진료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면, 등록금을 낮춰주거나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식이 아니라 그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면 된다.
물론 가격과 부채를 목표로 한 정책들은 중요하다. 자원이 분배되는 방식을 바꾸고, 의학교육을 받고 직업을 선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들이 의학교육의 비용을 줄일 수는 없다. 의학교육의 비용을 줄이는 정책들은 자원의 분배보다는 의료 자원을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단순히 의학교육의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비용을 줄임으로써 우리의 목표를 더욱 훌륭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