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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Sep 25. 2020

암 생존자와 1분 진료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930027012&cp=seoul&m_sub=msub_seoul_111&wlog_tag1=mb_seoul_from_index2

종합병원의 종양내과 진료실에서 소위 “3분 진료”는 지금 항암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나 적용된다. 치료를 마치고 검진 받는 환자들, 즉 암 생존자들은 그 정도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질병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살아가는 그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선다. 그러나 진료 전에 재발이 없다는 검사결과를 확인한 담당의사는 보통 1분 이내에 진료를 끝낸다. 

“괜찮습니다. 다음에 봐요.” 

그 이후 터져 나오는 질문들 – 무엇을 먹는 것이 좋은지, 운동은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은지, 건강보조식품을 먹어도 되는지, 일을 시작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불가능하다. “골고루 드시며 됩니다.” “운동 꾸준히 하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던져주며 서둘러 진료를 마친다.  

암 치료의 목표가 환자를 일상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 암 생존률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암 치료 성적을 자랑하지만, 종합병원의 북적이는 외래진료실에서 의사의 말 한마디를 듣고 다음 진료 때까지 수 개월의 삶을 유예받은 느낌으로 돌아서는 환자에게 치료의 후유증과 각종 의문과 불안은 오롯이 그의 것으로 남는다.  

선진국에서는 지역사회 중심으로 제공하는 암 생존자 돌봄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어 있다. 암 진단과 치료는 환자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 생활습관, 직업과 성격, 성생활 및 재정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암 생존자 돌봄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환자의 일차진료의사, 즉 주치의와의 소통과 관리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주치의 제도도 없고, 암 진료가 수도권의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가 각 지역암센터 지정 병원에 설치되어 있어서, 치료를 마친 환자들에 대해 영양, 운동, 수면 관리 프로그램과 심리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른다. 사실은, 부끄럽지만 암 전문의인 나 역시 이런 것이 있는 줄은 최근에 알았다. 

그러나 실제 지역으로 암 생존자를 되돌려 보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몇 번은 시도해보기는 했다. 

“치료 마치신 지 1년이 지났으니 이제 가까운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시면 어떠세요?”

“.....그냥 여기로 다니면 안되나요?” 

“검사결과 한번 들으려고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도 어렵지 않으세요?” 

“그래도 일년에 한두 번인데 그냥 여기 오는 게 낫죠.” 

검사결과가 괜찮다는 말을 듣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는 환자에게 병원을 옮기라는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전원을 가겠다고 결정한 환자도 마음을 바꿔 다시 진료실에 들어오기 일쑤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서울로 다니라고 하더라구요.” 

열심히 쓴 소견서는 허공에 날아가 버리고 담당의사는 생각한다. “이런 헛일을 하며 진료시간을 지연시킬 바에야 그냥 1분 안에 보고 다음 예약을 잡아 주는 게 낫겠군...” 

어떻게 하면 암 생존자들이 대형병원의 검사실과 진료실에서 떠도는 삶을 벗어나 더 나은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은 지역사회의 주치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주치의가 암 치료를 받은 병원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할 것이며, 병원을 옮겨도 나의 건강정보가 누락되지 않고 안전하게 잘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단순한 검진이 아닌 통합적인 삶의 질 관리 프로그램과 융합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환자가 지역의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을 때 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최근에 관련된 기사가 하나 떠서 덧붙입니다. 암은 여러 질병 중 대형병원 쏠림이 아마 가장 심한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 칼럼을 쓸 때 그런 심증을 뒷받침해줄 자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쓴 다음에 기사가 나왔네요. 

https://news.v.daum.net/v/20200929142153571

아마 관련자료를 요청하시고 보도자료를 낸 국회의원께서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지적하시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 문제의식에는 동의합니다만 아래의 말씀에서는 암질환에 대한 이해가 조금 떨어지시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1·2차 의료기관에서 경증과 중증 암 환자를 제대로 거르고, 이 가운데 고위험이나 희귀질환, 말기 암에 해당하는 환자들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어떤 암이 "경증 암"인가요...? 1,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할 수 있는 암이 무엇이 있나요? 2차 의료기관 중 암 진료에 특화된 병원 (ex. 국립암센터) 외에는 다학제적 접근과 많은 경험과 노하우 축적이 필요한 암질환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2기암, 제자리암같은 위험이 높지 않은 암도 초기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치료성적이 좋지 않으므로, 수술이나 내시경시술, 방사선치료와 관련해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말기암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보다는 호스피스 병원 지정을 받은 1,2차 의료기관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위 글에서 다루는 암생존자들 역시 1,2차 의료기관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하겠죠. 암환자들의 의료기관이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이 정도로 줄이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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