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문제는 의대생들의 사익이 아니라 공익의 문제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201011193216740
오늘 포털에 뜬 기사다. 사실 누군지도 몰랐던 국회의원인데 평소 의료현실에 관심이 있어서 발언을 하셨나 싶어 찾아보니 보건복지위소속도 아니다. 경력은 예상대로다. 학생운동권 출신 정당인. 벌써 3선인 관록있는 정치인이다. 물론 정치경력도 존중받아야 할 전문성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정당에서만 해온 이런 사람들의 경력이란, 좀 심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마치 양아치 경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상당수는 이런 무책임한 말을 내뱉어 지지를 받아 연명한 경력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9월 초에 시험을 봤어야 했다. '투쟁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던 의대교수단톡방에서, 그래도 시험보도록 설득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좀더 강하게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그러나 그래봐야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다) 존중은 개뿔. 무책임의 극치였다. '시험 거부가 중요한 투쟁의 수단이다'라는 의대생의 글이 공유되는 단톡방 분위기에 토할 것 같아 몇번 들락날락하다가 나와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나와버린 것도 무책임한 짓인거지. 나 역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깊이 느낀다. 의사들(의대생들이 아니라)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병원장들이 사과하고, 의사들은 '삼전도의 굴욕'이라며 더욱 소리를 높이며, 정치권은 사과한다고 시험볼 수 있는게 아니라고 꿈적도 않고 있고.... 아아 이건 아니다.
제 때 시험을 봤더라면, 의대생들이 난데없이 정치인들에게 물어뜯길 이유도 없었다. 국정감사에서 좋은 먹잇감이 되어 만신창이가 될 일도 없었다. 병원에 인턴이 없으면, 지역에 공중보건의가 없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의료행위의 책임은 무한히 의료인에게 있으며 그걸 이용하는 것은 권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시험보게 해달라고 빌고 있지도 않은 의대생들을 향해 사이다 발언을 하며 주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인턴없는 시대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대안을 묻는 것이다. 과연 인력재배치로 해결될 것인지. 불법의 영역에 남아있는 PA들을 어떻게 양성화하여 인턴을 대체할 것인지.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시범사업을 넘어 본사업으로 가는 길에 제동이 걸렸는데 이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의대생들의 사적 이익에 가장 관심이 있는 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들인 것 같다. 국시를 올해 안에 진행해서 신규 의사들을 배출하는 것이 공익이 아니라 사익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놀랍다. 사실 '대리사과'를 한 병원장들은 의대생들의 사적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의대생들은 올해 시험을 못보면 1년 쉬면 된다. 그동안 미국의사면허시험을 단체로 보러 간다는 얘기도 있고, 남학생들은 차라리 사병으로 군대를 가서 2년만에 군복무를 끝내고 (군의관은 3년이다) 그동안 내년이나 내후년에 국시를 보면 된다고도 한다. 뭐 그것들이 가능한 여부를 떠나 그들은 어떻게든 알아서 제 이익을 취할 것이니 그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되는 것은 환자들이다. 당장 코로나검사를 하고 수술 상처를 드레싱하고 관장하고 소변줄을 넣고 위급한 환자자를 이송할 때 구급차에 탈 사람이 없다. 그 일을 누가 어떻게 대체하게 할 수 있을지를 정치인들은 고민하고 보건복지부에 물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할 생각이 아니라 갈등을 이용해서 지지를 얻는 쉬운 방법으로 살아가는 건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