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낮은 백신접종률에 놀라곤 합니다. 이쯤 되면 대부분 백신접종을 완료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안맞았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사실 종양내과 외래에서는 백신 접종까지 챙길 여유가 별로 없어요. 종양내과의사의 머릿속은 당장의 항암치료 일정과 부작용 체크, CT 검사결과를 확인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이 약을 계속 투여할 것인지 바꿀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꽉 차 있지요. 사실 이럴 때는 주치의제도가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저의 역량으로는 환자의 모든 것을 다 챙길 수가 없습니다. 환자의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암이지만, 그 외에도 환자의 혈압, 혈당 및 생활습관, 백신접종 스케쥴을 챙기는 주치의, 일차진료의사가 없으니 이런 백신접종상황도 관리가 잘 안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꼭 맞으세요.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파고의 대유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완료비율이 거의 80%가 된다지만, 최근의 유행 증가추세, 시간경과에 따른 백신 효과의 감소, 특히 부족한 병상문제를 고려해볼 때 암 치료를 받으면서 백신 없이 견딘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외줄타기입니다.
암환자들이 백신을 안맞는 이유는 가장 흔한 것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암으로 인한 증상과 치료만 해도 힘든 상황이니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잘못된 정보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백신을 못맞는다고 알고 계신분들이 많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실제 이전에 서울시내 모 구청에서 기저질환자들은 백신을 맞을 수 없다고 잘못 안내하여 시정이 된 적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환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러나 일찍이 올해 4월에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는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에게 치료 중 어떤 시기라도 백신접종이 권고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치료 스케쥴 때문에 미처 맞지 못한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항암치료를 받는 분들은 백신을 항암제와 같이 맞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몸 상태가 좀 나아지면 맞자니 그 기간이 짧아 놓치기 쉽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항암을 다시 해야 하니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백신이 부족하기도 했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면 다시 맞기 어렵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백신이 충분하고, 언제라도 예약없이 맞을 수 있으니 아직 맞지 않으신 분들은 빨리 접종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하더라도 이후 4개월이 경과되었다면 추가접종을 하실 수 있으니 (11월 말 현재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는 4개월 이후 추가접종 가능합니다) 유행이 악화하기 전에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분들을 위해 최근에 출판된 두 가지 연구결과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번째 연구는 암환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JAMA Oncology에 출판된 코호트 연구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암환자들의 임상결과를 일반인과 비교하여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의 Optum이라는 의료관리회사의 전자의무기록을 수집하여 50만명의 코로나감염환자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로, 약 이중 15,000명의 암환자와 나머지 암 병력이 없는 환자를 비교하였습니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암 치료를 받은 암환자는 똑같이 코로나19를 진단받아도 일반인에 비해 30일 이내 사망위험이 1.7배, 중환자실치료를 받을 확률도 1.7배, 입원할 확률은 1.2배 높았습니다. 전이가 있는 경우, 혈액암인 경우가 특히 사망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의 결과는 연령, 동반질환 등을 보정하여 나온 결과치이고, 실제로 일반인과 암환자의 사망과 중증도를 그대로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많이 납니다. 아래 그림은 보정하지 않은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인데, 직관적으로 암환자의 사망위험도와 중증도가 일반인과 비교하여 얼마나 높은지를 한눈에 알수 있습니다. 일반인은 코로나 감염 이후 30일이내 1.6%가 사망하였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암환자는 4.9%, 최근 암 치료를 받은 암환자는 8.7%가 사망하였습니다.
두번째 연구는 암환자에게서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연구입니다. Lancet Oncology에 출판된, 네덜란드에서 시행된 전향적 관찰연구로서, 791명의 암환자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더나 백신을 투여하고 항체가를 측정하고 부작용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세포독성항암제를 맞는 환자의 일부에서 항체 반응이 없는 환자들이 있었으나,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괜찮았고, 97% -99%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되었습니다.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환자군에서도 약 50% 정도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에 대한 T 세포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항체가가 충분치 못해도 세포면역은 증강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반면 발열, 설사 등의 중대한 이상반응은 암환자군의 2%, 일반인의 0%에서 나타났으나 대부분 회복되었고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없었습니다. 544명의 암환자 중에서 일어난 2건의 혈전, 1건의 스티븐-존슨 증후군이 백신과 연관되어 일어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코로나19 백신접종후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며, 이상반응의 위험은 다소 있기는 하지만 매우 낮고, 반면 만약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최근 암 치료를 받았거나 전이가 있는 경우 사망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만약 다행히 회복한다고 해도 중환자실치료를 거치고 나오면 신체기능이 매우 쇠약해져 이후의 암 치료는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그 전에 의료체계의 여력이 점점 소진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암환자들은 최악의 경우 중증으로 악화되어도 중환자실 병상 자체를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원이 희소할 경우 소생이 가능한 환자를 우선으로 중환자실에 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현재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위중한 사태가 다가오고 있다고 예측합니다. 아시다시피 감염자 수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증가하였고, 돌파감염도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면역회피기전이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변이도 발생하였고, 그런데 중증병상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디 백신 챙겨맞으시고 올 겨울 무사하게 견디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