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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y 02. 2024

의사 집단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서울의대 심포지엄을 보고 

https://www.youtube.com/live/wBjBuriSSV0?si=sd0bSMnlDGGEYWgJ

지난 화요일 서울의대에서는 교수들이 휴진을 하고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저는 화요일이 오전 오후 외래 진료가 있어 매우 바쁜 날인데요. 점심시간에 잠깐 유튜브 생중계 시청을 해보니 꽤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니 자극적인 언사만 주로 보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찾아보니 자세하게 논의내용을 보도한 기사도 많았습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1004243


하지만 내용은 꽤 알찼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천천히 다시보기를 하는 중인데요.


방재승 교수님의 개회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이고 무도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교수들 또한 모순이 많은 의료제도를 방치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러나 맨 처음 나오신 모 교수님의 발표가 상당히 거칠었습니다.  온갖 유튜브에 나오는 잡설과 음모론 (이천명의 주술적 의미, 의새, YUJI...)을 공식석상에서 말씀하시며 '복지부 차관은 입에 걸레를 물고 자는 모양이다'라는 문제의 발언도 나왔습니다. 의사들끼리만 모여 한풀이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제를 좀더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인데 아쉬웠어요.


여러 인상깊은 발표내용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토론토의대에 계신 김태경 교수님의 발표내용이 매우 울림이 있었습니다.


김태경교수님은 캐나다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은 이유를 말씀해주셨습니다. 투명성 (transparency), 개방성 (openness),  그리고 자정작용 (self-regulation)이라고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독립된 기관에서 의사에 대한 불평신고를 조사하고 징계를 하며 그 내용이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다고 하네요. 또한 의사들이 서로를 평가하여 수준낮은 진료를 하지 않는지 서로 감시하는 동료평가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자신의 차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의무기록이 공개되어 있기에 의사는 차트를 근거에 기반해 명확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의사가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얼마를 의료보험에 청구했는지 모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수입도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아직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데요.  동료평가 부분은 요즘 저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큰 병원에서도 서로의 진료에 대해 평가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제도는 있는데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고, 실제 다른 교수가 보던 환자를 내가 진료할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당직을 서다보니 다른 교수님들이 어떻게 진료하는지 알게 되죠. 그러면서 암암리에 동료평가가 저절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솔직히 입원진료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보기엔 별로 필요없는 치료를 하고 있다던가, 간호사들과 치료의 목표에 대해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않다던가, 그런 일들이요. 물론 저의 진료도 누군가 당직을 서면서 보고 평가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에 대해 소통하는 통로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정말 진료에 문제가 있는 의사는 대체로 교수가 될 확률이 낮기는 합니다. 또한 정말 문제가 있으면 권고사직을 당하는 일도 드물지만 있기도 하죠. 그러나  소위  outlier를 거르는 정도지 다같이 서로 감시를 하여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의무기록공개는 사실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수술실  CCTV 만큼이나 큰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왜 의사를 안믿어주느냐'고 불평하기보다는 믿을 수 있게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흥미로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전공의 수련과정의 개편, 의사 인력 추계의 방법론적 측면, 환자 및 소비자 단체, 언론인의 이야기들, 그리고 전공의와 학생들의 입장들도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자리였습니다. 이런 행사가 '막말' 한 마디로 로 요약되기에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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