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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r 04. 2017

아들의 전학 첫날

저의 이직때문에 원하지 않던 전학을 하게 된 아들의 첫 등교일입니다. 

아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댁에 맡겨 키웠고, 아이를 데려오고 나니 바로 둘째가 태어나게 되어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죄책감이 너무나 컸죠. 엄마가 그런 죄책감을 안고 사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다잡은 순간, 이직을 하게 되면서 또다른 죄책감이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들만 생각하면 이직을 한 것이 많이 후회가 됩니다. 


등교하는 아들의 가방에는 그동안 자신이 그린 쪽지만화를 가득 담은 헝겊주머니가 들어있습니다. 
"이거 왜 가져가니?" 
"엄마가 얘기했잖아요 새 학교에도 내 취미를 이해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희망도 있었지만 반쯤은 아이 꼬시느라/ 달래느라 한 얘기인데 나름 진지하게 들었었네요. 아들은 A4 종이를 작게 접어서 책처럼 만들고 거기에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과 돌려보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도 한번 살펴보긴 했는데 사실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초딩의 정신세계가 담겨있어 그들끼리는 이해를 하는가봅니다. 새 학교에도 아들의 덕후 취미를 이해하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정받은 교실에 가니 문이 잠겨있어서 다른 아이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아들을 데리고 가니 몇몇 아이들은 제가 새 담임 선생님인줄 아는 것인지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아들이 더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 이제 집에 가세요..." 전학첫날이니만큼 담임선생님을 뵙고 가고 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 발길을 돌렸습니다. 


4교시 끝나고 학교 정문으로 데리러 갔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얘 울면서 나오면 어떡하지. 학교 안다니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나오는 표정이 어떨까. 웃으며 나오진 않아도 좋겠다. 썩은 표정이어도 좋겠다. 울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교문 앞에는 입학식 치르고 나오는 신입생 가족들과 전단지 나눠주는 학원관계자들밖에 없었고, 전단지를 한 다섯번쯤 물리친 이후 이상하다 싶어 전화를 해보니 이미 집에 왔다고 하네요. 학교 후문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학교 후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이의 적응력은 역시 빠른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맞은 아들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았습니다. 한 반에 전학온 애들이 셋이 있어서 그리 껄끄럽지는 않았나봅니다. 전학온 다른 남자아이랑 조금 친해졌고, 자신이 좋아하는 좀비고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조금 있는 것 같다고. 
하교 후 오후에는 포케몬을 하면서 이브이와 피카츄도 잡아서 엄청 기분좋은 상태로 잠들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포케몬들도 축하하는구나.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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