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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점 4.9의 커피

카페에서 시간보내기 1

by purple

첫 느슨


2022년 10월 2일

어제 산타바바라를 갔다왔기에 여유롭게 즐겨야겠다고 생각한 첫 날이었다. 놀 날은 많고 무엇보다 놀러만 온 것이 아니기에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구글맵에 괜찮은 카페집을 찾아 나선다. 목적지는, 평점 4.9의 FENCE카페다.


초췌해서 더 재밌는 나들이



그렇지만 어쩌다 보니 가는 길에 마주친 포장마차 가게! 영어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었기에, 저기서도 부딪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푸파스, 치즈와 반죽이 맛있어 보여 선택했는데, 찾아보니 스페인 음식이었다.

옵션을 고르라고 했는데, 뭐가 좋은지를 모르겠었다. 처음엔 그것을 못알아 듣기도 했다. 못 알아듣고 또 말하지 못할 때의 설움은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못할 때 같다.


그래도 어찌저찌 다 넣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추천을 받아 먹었다. 전체적으로 다 맛있었으나, 블랙빈은 정말 맛이 없었다. 한국의 팥 정도라고 생각을 했는데, 레드빈과 블랙빈은 달랐다. 오히려 강낭콩의 맛과 유사했다.


게다가 그것을 들고 카페로 갔는데, 그 안에서 먹기가 어색해 집에 가져와서 먹었다. 혹여 상할까 노심초사 했던 마음이었다. 사진이 조금 징그럽게 나오긴 했으나, 포크 다진 것은 맛있었다. 또 같이 먹은 신선한 야채 샐러드가 감칠 맛을 더해줬다. 살사 소스는 어제 산타바바라 오는 길에 먹은 누들에서, 맛이 없었던 야채들을 따로 볶았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다시 카페로 얘기를 돌아가보자.


FENCE카페는 구글에서 4.9라는 평점을 가지고 있다. 몇명이 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맛있었다. 좌석이 많지 않았는데도 야외에서도 먹을 정도로 꽤나 유명한 카페인 것 같았다. 여기에서도 '뭘 더 넣어줄까요? 설탕? 시럽?'이라는 질문을 파악하지 못해, 귀에 익숙한 슈거를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넣어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처음 해보게 됐다.


그래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커피가 입에 착착 붙는 맛으로 느껴진 이유중 하나에 설탕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원두도 물론 맛있었다.



카페에서는 계속 영어공부를 했다. 미국에 온지 불과 3,4일 정도 밖에 안되었어서 더 영어가 낯설고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뭐라도 하자는 마음에 인터넷에 들어가 '일상 100문장'을 무작정 공책에 썼다. 라스베가스 호텔에서도 영어의 문장을 쓰는 공부를 했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던 기억이 있기에 시작한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 쓸 수 있는 문장의 표현을 많이 가져가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용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안되니 답답한 마음이 컸다.


그 뒤에 영어가 많이 늘고 또 공부를 꾸준히 했는지는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에서도 두고 볼 일이라는 점만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이곳 한국 크러쉬 노래가 나왔다. 여기서 나고 자란분께 한국인인지 여쭤보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계속 영어를 고집했지만, 같은 국가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함으로 미뤄보아 한국인(아니면 한국계 미국인)이 운영하시는 것 같다.


아참, 그리고 이곳은 오후 3시면 문을 닫았다. 언니에게 물어보니 미국은 아침에 진심이라, 프렌차이즈아니면 대부분 카페가 일찍 닫는다고 한다. 앞으로 참고해야겠다.




다음날 그래도 조금 인사를 나눴던 동생 한분이 체크아웃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해진 언니와 우리는 셋이서 장을 보러 갔다. 마지막 치맥을 같이 하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이마트처럼 '푸드4레스'라는 슈퍼마켓이 있는데, 여기서 언니의 장을 우선 봤다. 나 역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하기에 유심히 보았는데, 이곳의 싼 가격에 놀랐다. 라스베가스(물론 나는 호텔에서만 있었다)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물가같았다. 어쩌면, 이게 마트의 묘미인가 싶었다. 특히 코카콜라 가격에 놀랐다. 뚱띵한 콜라에 3불정도라니. 환율을 생각하면 싼 편은 아니지만, 또 세금이 붙으면 다른 얘기가 되기도 하지만, 상술에 놀아난 것인지 아니면 실제 현지에서만 적용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코카콜라 가격에 적잖히 놀랐다.


같이 런닝맨도 보고 소소히 마지막 인사를 맥주로 즐겼다.



돌아와서는_생각보다 오늘 에피소드가 많은데_ 처음으로 토마스 삼촌(게스트 하우스 주인)과 다같이 모여 술자리를 가졌다. 새로오신 다른 여자 한분이 술을 사가지고 오시는 김에 다같이 먹은 것이었다. 재밌었다.


그러면서, 미국 대마초의 주제가 나왔다.


삼촌의 생각은 '대마초 합법 괜찮다' 우선, 대마초가 마약과는 다른 환각증세만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얘기를 하셨었다.

내 생각은 달랐었다. '대마초 합법 안 좋다' 나는 대마초가 마약으로 가는 루트가 되어준다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우리 대화의 핵심적인 부분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토론이었다.


삼촌은 '국가의 최소한의 개입'을 강조했고 나는 '국가의 최소한의 역할'을 강조했다.
곧 삼촌의 주장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제해서는 안되며, 그저 개인이 잘못을 저지르면 거기에 대한 엄한 처벌을 통해 그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대마초를 불법화 하는 것은 국가의 개입이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국가는 국민이 살아갈 최소한의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대마초 합법은 마약이라는 위험요소에서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제스쳐인 것 같다는 입장이엇다.


그저께 쯤에 미국의 빈부격차를 실감하면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입장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홈리스를 먹여살리자가 아니라, 빈부격차에 따라 거리의 청결도 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심각하지 않나 싶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 무의식에 어디에 사냐에 따라 한 지역의 사람을 판단하는 감정이 박히게 되지 않나 생각이 듦과 동시에 혹시 아이들에게도 그런 낙인이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낙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아이들은 적어도 깨끗한 거리에서 걸어다닐 권리가 있지 않나 싶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지만, 국가가 그럴 힘이 있다면, 자신이 선택해서가 아닌 부모님의 경제로 인해 그런 차이를 겪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적어도 국가가 삶의 환경에 대한 부분은 빈부격차를 떠나서 신경을 써줘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지역마다 사는 곳 마다의 땅값과 집값의 차이로 빈부격차가 보인다. 그리고 그게 낙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걸어다니는 길만큼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최근에 철학책을 읽으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철학자들의 얘기를 보았다. '어떤 국가가 좋은 국가인가'라는 질문이 그들의 최대 난제였다고 한다. 이번 토론에서 목소리를 접지 않았던 이유도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미국 현지인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마음은 토론이 끝나고 나서야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됐었다. '내가 열띠게 토론을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었는데!'라는 깨달음은 항상 늦게 찾아온다. 그래서 삼촌과의 토론에선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그저, 대마초의 합불법만의 얘기는 둘 다 아니었다.


꽤 치열하고 긴 시간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지칠 때쯤에 우리의 토론은 자리와 함께 마무리가 됐다.

토론을 끝내고 든 감정은 그 시간을 버텨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그래서 설거지를 했다..ㅎ), 그리고 '토론 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예전에 서양에서는 토론 수업이 기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해서 입장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혹시 언쟁이 질리다는 제스쳐를 들을까봐 눈치를 보는 것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이렇게 긴 토론을 했음에도 삼촌과 쿨하게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정이 안 상하고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언쟁하는 그 말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신기하고 좋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동시에 조금 더 귀를 열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언쟁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의 도구가 될 수 있으나, 그보다는 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화'의 방식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고 보내고 있다. 이렇게 예전 일기를 다시 써보면서 이때는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다시 바라본다.

최근에 멋진 어른을 한 명 만남으로써 조금 더 귀와 마음을 여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만약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이 날과 같은 언쟁의 순간이 온다면, 내 생각을 피력하기에 급급하지 않고 귓바퀴만 여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귓구멍을 다 열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


10월 2일에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모습도 좋고, 지금 또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배우는 화합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순간도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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