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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디어 오늘

바다에서 한 번 더 책을 읽어 버렸네

by purple

돌고 돌아 오늘이 오다

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오늘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실제 오늘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브런치 일기는 LA에서 한 10월 15일 어느 한인카페에서 공부를 했던 것에서 멈춰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미국을 떠나기 전에 이 감정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라스베가스를 건너 뛰고 온지 짧은 기간인 샌디에고를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샌디에고도 이제야 정리를 하는 것이니, 드디어 11월 19일, 정말 오늘로 글을 쓰는 것은 가히 오랜만이다.


오늘 했던 일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 바다에서 하와이안 참치밥을 먹으려 했는데 2) 영어공부한다고 가져간 책을 바다가 너무 좋아서 계속 읽었다. 3) 지희와 영상통화를 하고, 4) 카페 안 가고 다시 노을을 감상했다. 5) 근처 마트에서 고기를 사와 6) 지옥의 닭고기를 만들었고(장장 거의 2시간) 7)지금 새벽 2시 22분까지 일기를 쓰고 있는데 생리가 터진 것 같다. 하하


1번과 2번의 사진은 없다. 왜냐면, 핸드폰을 침대에서 충전하고, 정말 밥만 먹고 와야지 하는 심정으로 나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 특성상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리뷰에 바다샷이 많았었다. 그래서 그냥 나도 바다를 식탁삼아 그곳에서 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바다를 보고 그냥 올 수 있을까. 나는 가져간 영어책을 곁삼아서 그렇게 거의 2-3시간 가량을 다시 바다를 보면서 있었다. 영어를 보는 것도 좋은데, 바다를 보는 것은 더 좋았다. 그러다가 냄새가 심하게 나고 마약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홈리스를 직접 보기도 하고, 그 부두 밑에서 있는 것을 보면서 <기생충>이 미국인들의 이런 혐오나 공포 감정을 건들였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람을 잘 혐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홈리스와 마약에 쩔은 사람은 나도 모르게 혐오를 하게 됐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사람으로서 자존을 지키고 살아갔으면 한다.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다.


어째됐던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와 역시나 하루가 남았기에 카페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와서 가장 좋은 것은, 그들의 생활 패턴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10시 정도엔 다들 침대에 있다. 10시 반 정도에 들어가면 거의 잠에 든다고 생각해도 좋을 거 같다. 그러면서 새벽 6시 정도만 되도 거의 일어나고 7시 8시면 밖으로 다들 나가 아침을 먹는다. 이들의 하루를 쓰는 법이 '찐' 하루를 쓰는 것 같아서 본 받고 싶다. 밤에 치안이 좋지 않아서 돌아다니지 않는 것도 하루를 해가 뜨고 있을 때 온전히 쓰는 생활 환경 속에 다 버무려지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하루가 남는 다는 느낌이 들어서 카페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전에 지희에게 부재중이 와있어서 같이 영상통화를 했다. 둘 다 돌아오는 날이 거의 일치해서 근 7일만이 남은 상황이다. 지희는 나보다 4개월 정도 더 해외생활을 하다가 돌아온다. 더 대화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카페에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대화에 진지하게 참여하지 못했다. 그부분 지희에게 미안하다. 돌아와서 한국에서는 좀 더 시간을 할애해 만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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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와의 영상통화에서 찍었던 사진. 내 모습보다 지희의 나무가 더 크게 나와 웃기다.

지희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했던 동기로, 이제 4학년이 되는 우리기에 소중한 나의 인연이다. 지희를 만나게 된 것이 감사하면서도 혹시 관계에서 멀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을 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어린아이 같다. 아직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어찌됐던 저찌됐던 초이와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생각과 감정에 불과 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더 한국에 와서 같이 해외 생활 했던 것을 나누고 싶다. 통화때는 아주 잠깐 나눴는데, 서로의 진로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한 낯섦을 보는 경험이었기에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영향이 있길 바랄 뿐이다. 분명 그럴거다. 물론 나는 나나 잘 성장해 오자는 생각이다.



이 비치는 오른쪽에는 서퍼의 공간이 왼쪽에는 부두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을이 지는 해가 오늘 너무 똥그리 잘보여서, 부두로 올라갔다. 그런데, 생각도 못한 절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망망대해의 느낌이 이게 태평양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오른쪽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또 다른 개방감이었다. 만약 부두에 오르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오른쪽에서는 더 생생하게 서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모래사장 쪽에서 보던 것과 부두 위 아예 같은 라인에서 보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그들이 어떻게 파도를 골라내고, 서로 눈치로 파도를 타고, 그 파도의 힘에 맞춰서 움직이는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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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21120_014528379_24.jpg 바다의 왼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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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21120_014528379_29.jpg 바다의 오른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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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본 한 펍. 이곳에서도 라이브 뮤직이 진행되는 것 같다. 뉴포트에서 한 블럭 차이인 베이컨 거리였던 것 같다.



마트에 가서 닭다리를 사와 핏기를 빼고 오늘 것 빼고 얼려두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를 하려고 하니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고 민망했다. 그런데, 식비도 아껴야 되기도 하고 그냥 뻔뻔스럽게 구웠다. 안 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포도주를 그냥 술 먹고 싶어서 샀는데(캘리포니아여서 그런지 와인이 매우 쌌다), 마침 고기를 구울 때 부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냅다 부었다. 그런데 그게 지옥의 색깔이 될 줄은 몰랐다. 마치 한 동기의 초제에 미술소품을 등장햇던 스릴러 고기가 생각났다. 그건 기억에 보라색 소스를 넣었던 것 같은데...

장장 거의 2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먹은 고기는 그냥 소소였다. 맛없지도 않고 엄청 맛있다고도 하기 어려웠는데, 그 비주얼에 이 맛이면 감사하고 해야 할까, 이 노력에 이 맛이면 더 뭔가 보상받아야 한다고 해야할까. 나는 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우선 생각보다 맛있게 고기를 먹었기 때문이다!! 남겨왔던 감튀와 감자 사라다면도 곁들이기에 좋았다.

아마 앞으로 2번 정도 더 닭고기를 먹을 텐더 그 다음에 포도주는 안 넣지 않을까 싶다^U^ 그렇지만 스스로 수고한 것 맞다고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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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닭고기를 만든 것이 아닐지 하는 합리적 의심



내가 정말 이 숙소를 좋아하지만, 한 가지 안 좋아하는 것은 마당의 정글의 숲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리지어 여자를 가운데 끼고 대화를 나누는 작자들인데, 여자 한 명만 두고도 9명 정도가 점성이 있는 것처럼 뭉쳐있다. 이 9명 정도는 하나의 무리가 아니고 다 개개인이 온 사람들이며 심지어 계속 바뀐다. 첫 번째 시끄럽고, 두 번째 그들이 전세 낸 듯이 행동하고, 세 번째 목적이 너무 훤히 보인다. 여자의 리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의 점성에 가히 놀라우면서 이 마당의 주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 20대 혹은 30대 초반 정도만 있는 것은 알겠는데,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여성을 향한 굶주린 모습처럼 이곳의 활발성이 있어보이는 작자들은 뭉쳐서 이 여자 저 여자를 꼭 한 명씩 두고 큰 소리를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여성의 웃음소리는 화룡점정이다. 그러다 여자가 일이 있어 들어가면 순식간에 한 5분만에 해체된다.

이것이 혹시 내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본능의 세계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찌됐던 나는 마당에 있으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그런 무리가 계속 존재하고, 좀 개인의 공간이길 바라면서도 원래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 소통을 위한 곳이니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저 이들이 보기 안 좋은 것은 내 안에 있는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냥 시야에서 배제하기로 해야겠다. 눈과 귀를 무두 닫아야겠지만. (제발 조금 조용히라도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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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와인도 혼자 사고 까봤다. 아직 와인이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혼자 유튜브를 보면서 코르크를 제거해본 느낌은 또 재밌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살짝 어른의 느낌이 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 과정이 재밌어서 사진으로 남겨놨는데 잘 했다. 오늘 캠코더가 고장나고 핸드폰도 안 가져가서 맛있고 재밌었던 순간의 동영상과 사진이 많이 없는데, 그래도 오늘의 샌디에고도 알찼다고 생각한다. 요리를 장장 몇시간에 일기도 장장 새벽까지 쓰고 있어서 그런가.


아마 내일은 늦잠을 자지 않을까 싶다. 동네 스타벅스나 루프탑에서 또 죽치고 일기쓰고 사진 정리하고 영어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다. 그러면서 곳곳 샌디에고 스팟도 이제 정말 남은 기간(이제 다음주 금요일이면 떠나니까 한 5일 밖에 안 남았다!) 동안 잘 돌아다녀 봐야지!! 코로나도 섬과 라호야 비치에서 물개만 보면 샌디에고 1차 클리어 느낌이라, 그것은 꼭 할 것같다.


이제 내일을 기약하며 일기를 쓸 수 있다니 마음이 좋다. 물론 어제의 발보아 공원은 사진 정리할 것이 많아 내일로 미루겠지만, 그래도 좋다.

오늘 느꼈던 현장에 대한 미래의 생각도 이제 일기에 적을 수 있고, 앞으로 남은 5일동안 느끼는 것도 일기에 적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후회할 이유가 없다. 부모님, 할머니 ,오빠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미국여행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쓴 돈을 생각하기 보다, 얻은 가치를 생각하면 돌아오는 것이 내게 도움을 주신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있는 동안 내가 가져올 수 있었던 스스로에게 대한 생각과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한 가득 안고 돌아 갈 수 있는 마무리가 됐으면 한다.

아마 영어에 대한 생각도 세상에 대한 생각도 생활에, 또 꿈에 대한 생각 모두가 조금씩 커졌을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값어치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관광으로 했던 그 순간의 기억들과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까지 나의 이 시간을 경험으로 값지게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 경험의 거대했던 시간들과 감동들, 스스로에 대한 겸손과 믿음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25살 10월 11월 여행이라는 소중한 보따리에 싸가려고 한다.

이게 이제 내가 돌아가 25살의 마지막 한 달 12월을 보내고, 그것에 26부터라는 20대 2차전 곧 후반, 그리고 대학교 졸업 후의 일 상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져 줄 것에 감사하고 있다.


소중했던 이 시간이 영원히 내 마음에 각인될 수 있도록. 오늘도 이 일기를 마무리 짓고 잠에 든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내 자신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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