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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멕시코 어머니를 만나다

바다에서 시간보내기/ IPA먹기

by purple

바다에서 한 나절 라이브 바에서 반나절

2022년 11월 15일


이 숙소의 가장 좋은 점은 아침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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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케이크를 원없이 먹을 수 있다니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제공하는 일회용 메이플 시럽 정말 맛있다.


KakaoTalk_20221117_175601671_02.jpg 오늘도 뉴포트의 거리는 예뻤다. 끝에 보이는 바다가, 낮에보니 더 매력적이다.
KakaoTalk_20221117_175601671_03.jpg 오늘도 뉴포트의 거리는 예뻤다. 끝에 보이는 바다가, 낮에보니 더 매력적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바다에서 앉아있었다. 필요한 비치타월(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한다)를 가지고 모래사장에 앉아있는다. 휴학을 하고 미국에 오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영어실력 늘려오기였다. 여러 곳곳을 관광하기에 마음이 앞서서 정작 책 한 권도 끝내지 못하고 마지막 여행지까지 왔다. 그것이 마음이 걸려서 지금 꾸준히 책 한 권을 완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어책에서 나오는 대화문을 외우면 다음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책은 내 영어 말문을 처음 뜨게 해준 책이다. 비록 기초 회화 정도이지만,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끝나면, 계속 복습하면서, 더 실전 영어 공부도 할 까 생각중이다. 이것은 외국인이 뜨문뜨문 여행회화를 하는 수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으로 하는 것의 한계일 것이다. 그 다음은 미드를 보면서 표현과 말의 속도, 듣기에 익숙해질 것이다. 미국에 와서 느낀 가장 큰 것은, 세상엔 다양한 지역의 영어 억양이 있고 발음과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구를 만들때나 종업원에게 무언가를 시킬 때는 더욱 나의 말의 속도를 배려해주지 않는다. 하긴. 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영어를 못하는 사람까지 어떻게 일일이 챙기겠나. 그렇게 현실 영어를 조금 겪으니 얻어가는 게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우선 이 처음의 목표치 부터 끝내길 부스터 달고 하고 있는 중이다. 샌디에고에서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가령 바다 앞에만 있어도 이미 무엇가를 하고 있는 충족의 느낌이 드는데, 뭘 더 해야 할까. 그렇기 때문에 그냥 모래 위에 앉아서 가만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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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오늘 Xiel 호스트와 숙소에서 아트 수업을 했다. 원래는 기존 아트 선생님이 있고, Xiel은 도우미 호스트인 것 같은데, 선생님이 휴가를 간 것 같다. 그래서 그녀와 수다를 떨면서 요 북마크를 만들었다. 그런데 진심으로 재밌었다. 중남미 쪽이라고 소개해줬는데, 멕시코 그 밑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나라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의 밝게 웃는 큰 입의 미소와 긍정적인 에너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에너지는 같이 있으면서 행복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숙소에서 또 새로운 것을 해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재밌었다. 영어 실력은 더 늘려야겠지만, 그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에 그녀는 나에게 영어실력이 좋다고 말해줬지만, 나는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다. 그녀가 배려를 해줬다는 것도 알고, 또 아직 원하는 만큼 편하게 소통이 안된다는 것도 자신은 알고 있다. 이럴 때마다 더 영어 공부가 뽐뿌 온다.


KakaoTalk_20221117_175601671_11.jpg 뉴포트 거리를 그린 나의 책갈피. 옆이 벌어져서 속상하지만, 이 길이 얼마나 내게 인상깊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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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 있는 비치는 '오션 비치'이다. 태평양 비치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여름 친구들과 했던 서핑이 떠오른다. 양양에서의 서핑도 재밌었지만, 서핑의 성지라는 캘리포니아에서 하는 서핑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11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하나둘씩 슈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맨다. 그들이 파도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면, 멋지고 뭔가 모를 감동이 있다. 넘실대는 파도의 흐름을 읽고 그 빗결에 올라 타 있는 모습은 가히 아름답다. 서핑은 그런 매력이 있는 스포츠 같다. 그래서 유일하게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레저이기도 했다.


노을이 붉게 곳곳을 물들고 있었다.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을 망망대해의 노을이었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간다. 그들의 늠름한 모습이 노을과 만나 한 편의 사진같았다.

더 예쁘게 나오고 선명하게 나온 노을의 사진이 많지만, 와이파이와 노트북으로의 전달 사이의 문제로,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한다.


노을이 부두에 가려지더라도 동그랗게 바다에 비춰지는 모습은 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줬고, 진심으로 예뻤다.


KakaoTalk_20221117_175601671_28.jpg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밤이 되어가기 사이의 시간대



재미난 얘기지만, 이 술집을 갔다오고 남자친구와 살짝의 언쟁이 있었다.

KakaoTalk_20221117_175748912.jpg 제주도에서 갔던 곳 처럼 여기서도 이런 메뉴판이 있는 술 전문점이었다.


어제 가고 싶었던 라이브 재즈바에 들어갔다. 예전 노래였지만 누구나 다 아는 노래여서 길을 가다가 멈춰서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첫날이고 마음의 준비도 안되어 못왔지만 다음날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꾸미기도 했겠다, 용기를 내서 들어갔다.


처음 술을 살 때, 날 향해 뭐라뭐라 말하셨었는데, 못알아듣고 그냥 넘어갔다. 근데 다들 뭔가 종이를 들고 온다. 그러고 보니 앞서 25센트 정도에 레스토랑에서 팔 것 같은 음식을 시식이라고 팔고 있었다. 그것을 먹으려 하니, 어떤 이벤트 어쩌구저쩌구 다른 레스토랑에서 왔다 어쩌구저쩌구. 다 이해하지 못해서 저냥 술집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다 연관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한 마디로 다들 같은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하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멕시코 아주머니를 만났다.

KakaoTalk_20221117_175748912_05.jpg 라이브 뮤직을 즐기는 부부. 그런데 이 뮤지션, 나는 다음날 판다익스프레스에서 또 봤다.

그곳에서 하는 라이브 뮤직에 감동을 받은 멕시코 어머님. 거의 울려고 하셔서 울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었다. 그러다, 불쑥 어머님께서 자신의 아들 사진을 보여주셨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슬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마가리타(자신의 이름이 보드카 이름과 같다고 했다)님도 좋은 어머님이실 것 같다고 얘기를 건냈다.


그 말이 그녀에게 위로가 됐던 걸까, 아니면 나도 같이 라이브 뮤직을 즐겼던 것이 기분이 좋았을까, 그녀는 자신의 테이블에 나를 초대했고, 나에게 술을 기꺼이 사주셨다.

'모리챠!' 그녀는 술에 만취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멕시코 언어 곧 아마 스페인어를 알려주었다. 내가 모리챠가 된 것이 아닐지 걱정해줬지만, 끝에는 그녀가 더 모리챠가 되어서 나보다도 먼저 집에 갔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던 그녀 마가리타. 문자방법 등을 아실지 잘 모르지만, 주고 받았던 문자 번호로 우리가 더 연락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녀에게 우리가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 그게 잘 전송됐는지 확인하긴 했지만,,.

남편분과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억에 N으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는데...!ㅜ 외국인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익숙하지 않은 발음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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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리타와 성격좋으신 남편분과 나. 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재밌었다.


어찌됐던 간에 우리의 만남은 오늘의 저녁으로 끝이 났다. 잘 들어갔는지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속상하기도 하면서, 그녀가 어제 정말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했었기 때문에, 나를 초대해 주겠다는 것도 잊었을 수 있다ㅠㅠㅠㅠ 개인적으로는 현지 외국인의 집은 어떻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너무 같이 경헙해보고 싶었는데..!(이것이 남자친구의 걱정을 건들이게 되어 버렸달까ㅎㅎ.,,,! 모르는 사람의 집을 불쑥 간다니..!)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기로 했다. 어찌됐던 하루던 반나절이던 같이 보냈던 그 즐거운 시간은 잊지 않을 것 같다.


그 뒤에 만취 상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 걱정하지 마라 그런 만취 행패를 부려 다음날 혼이 나는 듯 서로의 다름을 또 대화로 푸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그것은 이 이후의 일이니 기록은 미뤄두기로 하자.


샌디에고에서의 첫 인연이다. 요즘 샌디에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너무 젊은 남녀의 사랑의 짝짓기를 보는 것 같아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낯선 사람과도 편안하게 보냈던 순간들을 기억해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그들에게도 한 순간이었더라도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기 바란다.


그냥 번호 전달이 잘 못되어서 연락이 안 닿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마가리타 아주머니는 좋은 분이었다는 인상을 가지고 여행을 마무리 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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