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업체와 일한다는 것

어려운 예의와 요구 사이의 스탠스

by purple

서른을 목전에 두고 스물아홉살인 지금,

영화 제작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요즘 배우는 것은 외부업체와 일하는 법이다.

저번엔 명함을 가져가지 않아 민망한 상황이 있었다.


오늘은 외부업체에 우리가 원하는 양식으로 파일을 작성해줄 것을 요구해야했다.

상대쪽이 쓰던 파일을 수정하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러우면서

또 너무 저자세면 안된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너무 예의가 없어서도 안됐다.


그 사이의 스탠스가 과연 어떤것이 옳은지, 다른 직장인 경력직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영화 현장에서 일하고 와서 그런지, 나는 조금더 물렁물렁하다. 격과 틀보다는 두루두루의 기조가 강한 성향도 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란 아마 위계와 틀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딱딱하더라도 정해진 예절을 지키는 느낌은 좋으면서 낯설다.


그리고 이렇게 불편한 얘기를 꺼내야 할 때는 참 조심스럽고 어렵다.


그래도 이십대 초반과는 다른점은, 이 고민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나를, 우리 회사를 생각할까 전전긍긍하는 성격인 나는 지금 이 고민을 하는 것도 그 영향의 일부가 없진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조금은 더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예의가 없었다면 사과 드리고, 너무 나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라면 거절하자.

나도 나대로 열심히 중간의 스탠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아슬한 외줄타기를 누군가는 통나무처럼 아무렇지 않게 건너는 사람도 있겠지.

성향차이든 경력차이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미래에, 나도 더 경력이 쌓이면 그렇게 될 수 있을거라 믿으며 오늘은 그 살떨렸던 마음을 잘 진정시켜줘야겠다.

훌쩍이는 삶이라는 책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또 답을 모르겠어서, 잘 하고 있다는 것이 모르겠어서 더 흔들리는 과정 같다. 그래서 그렇게 하염없이 흔들리면서 굵어지는 것이길, 다만 지금은 바라본다.

토요일 연재
이전 12화주기적인 글을 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