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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잘 안되는 때

춥고 건조해서 숨쉬기조차 힘든 시기

by 돈냥이



제가 이용하고 있는 주말농장은 겨울에는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 김장용 작물을 11월 말에 수확하고 나면 농장 문을 닫았다가 이듬해 봄비가 내리면 다시 개장을 합니다. 매주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겨울이 되면 허전한 기분까지 듭니다.


게다가 씨와 모종값만 들이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던 싱싱한 채소가 사먹을려고 하니 비싸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밭에서 막 수확한 것만큼 싱싱하지도, 맛이 진하지도 않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별다른 관리를 해주지 않는 대신에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농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년생 작물도 키울 수 있다고 해서 겨울에는 어떤 것을 수확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 곳으로 옮겨볼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겨울은 날씨가 춥고 예측하기 어려워 자주 들여다 볼 수 있거나 농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작물을 제대로 길러내기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겨울동안은 그동안 비축해놓은 것을 먹거나 가끔 시장에 나오는 야채를 사먹으면서 이듬해 농사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인생에서도 이렇게 아무것도 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겨울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무엇을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때로는 시작조차 못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근거를 들어도 설득을 할 수 없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내 의견은 다 틀렸다고 합니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큼 찬바람이 붑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려니 남들은 계속 무언가 결과를 내고 수익을 얻어갑니다. 그것을 보니 뒤쳐지는 것 같아 똑같이 해보려는데 잘 안 됩니다. 그들은 그렇게 겨울에도 수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 편히 쉬면서 봄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는 시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결과를 내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잘 안되는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안으로 준비하면서 봄을 올 것을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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