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준비하면서
봄이 오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 빨리 시작할 수 있다
겨울동안 다음해 농사를 준비합니다.
올해 농사를 생각해보면서 어떻게 했었는지, 그래서 결과가 어땠는지를 돌이켜보며 반성도 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을 되새겨봅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날씨에서 무슨 작물을 씨나 모종 형태도 심었더니 수확이 전보다 많았다거나 더 적었다는, 언제 무엇을 수확해서 어떻게 조리해서 보관했더니 오랫동안 먹을 수 있었다는 등 기억을 되내어 다음해의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봅니다.
녹슬고 닳은 호미와 가위, 칼도 깨끗하고 날카롭게 정리하고 더러워진 지지대와 장화도 깨끗하게 씻어 잘 말려놓습니다.
첫 해에는 추가 비료도 하지 않았고 계획없이 수확하고 그저 종묘상에서 파는 작물을 사다 심었었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에 쌈야채는 녹아버렸고 파종 시기가 늦었던 김장 배추는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 오므라들었었습니다. 매년 반성을 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어 심는 시기와 작물의 종류를 정했더니 점점 수확량이 늘어났습니다.
냉동실과 냉장고에 저장되는 양도 점점 늘어서 겨울동안 비축해놓은 농산물을 먹으면서 내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싱싱한 채소는 가끔 장을 봐서 먹어야 하지만 내년의 풍족한 수확을 기대하면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것에도 재미가 더해집니다.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남들보다 가진게 너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얼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면 추운 밖을 돌아다니기 보다는, 따뜻한 봄을 왔을 때 충분히 움직일 수 있도록 내적인 힘을 길러놓아야 합니다.
어떤 씨를 언제 뿌릴 지 미리 생각해놓아야 씨를 준비할 수 있고 도구를 잘 정리해놓아야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것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누가 무엇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시선을 돌려봅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무의미한 것 같고 실패한 이야기투성이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안에서 분명 무언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을겁니다.
과거의 나를 현실의 나를 괴롭히는 썩은 내 나는 쓰레기 더미로 그냥 두어서는 안됩니다. 겨울동안 얼었다가 녹는 과정을 통해 다음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을 할 때 행복했고, 무엇을 가장 잘했고, 어떤 것은 노력하기조차 어려울만큼 싫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충분하고 적절한 노력을 했었는지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을 때, 전보다 나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