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마트의 야채 코너를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매주 양 손 가득 수확을 하게 됩니다. 이파리 사이에 숨어있는 애호박과 오이는 한 주 사이에 엄청 자라서 지난주에 미처 못 보고 지나갔나 의심을 할 정도입니다.
줄줄이 달린 방울토마토는 살짝 붉은 기만 돌면 전부 수확합니다. 빨갛게 익기를 기다리면 뜨거운 태양에 금세 물러져버립니다. 빨간색이 아주 약간만 있어도 이틀 정도만 후숙 하면 전체가 빨개지면서 맛있는 토마토가 됩니다.
주말농장 첫 해 여름에는 상추 모종과 씨를 여러 번 심고 뿌려보았지만 더운 날씨에 잎이 모두 녹아내려버렸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여름 상추를 심지 않았는데 봄에 상추를 모두 수확하고 버려지는 작고 약한 상추들을 그냥 여기저기 꽂아주었더니 몇 개가 여름 내내 살아있었습니다. 큰 작물이 그늘을 만들어 한낮의 뙤약볕을 막아 준 곳에 심은 상추였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여름에도 쌈야채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로 모종값을 들이지 않고 봄에 버려지는 상추를 호박과 오이, 그리고 토마토 사이에 심어 놓으면 쌈을 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자랐습니다.
마트에서 장 본게 아니라 전부 주말농장에서 나온 것들
여름 감자를 수확한 뒤에는 고구마를 심습니다. 구황작물이라는 명성답게 그 어떤 날씨에서도 손이 크게 가지 않아도 무성하게 줄기를 뻗어나갑니다. 그 덕분에 고구마 밭에는 잡초가 자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구마 줄기와 순을 풍족하게 수확 해먹을 수 있습니다.
일도 많지만 그만큼 수확도 많은 것이 여름입니다. 매주 상추와 깻잎, 애호박과 오이, 가지를 수확해와서 삼겹살을 구워 먹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고 개운하게 샤워를 한 뒤, 직접 기른 작물과 함께 구워 먹는 고기의 맛은 정말 꿀맛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많지는 않지만 직접 기른 것이라고 하면 애호박 하나라도 정성 가득한 선물이 됩니다.
인생에서도 그런 시기가 있습니다. 하는 일도 많지만 그만큼 들어오는 것도 많은 시기입니다. 들어온 것을 직접 쓰는 행복도 있지만 나누는 행복도 있는 풍성한 시기입니다. 바쁜 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덥고 습하고 일하느라 지치기도 하지만 맛있게 잘 먹고 잘 잘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밤이 길고 할 일이 없고 수확이 없던 겨울에 그렇게 바랬던 낮이 길고 할 일이 많고 수확이 넘치는 그런 계절이 인생에서도 반드시 찾아옵니다.
일 년 내내 여름 일 수 없듯이 인생에서도 이런 시기가 계속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찾아온다는 믿음으로 겨울을 견뎌내고 봄에 씨를 뿌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름이 왔을 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수확한 것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를 마음 깊이 누려야 다음 겨울을 잘 넘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