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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련은 있어도

경험은 자연스럽게 쌓여 재산이 되고

by 돈냥이


풍성한 수확을 앞두고 태풍과 폭우로 밭이 무너지고 채 여물지 않은 열매들이 떨어져버리는 사고가 생기기도 합니다. 흐린 날이 지속되어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우박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여름이 길고 가을장마가 왔고 겨울이 빨리 시작했습니다. 이상 기온으로 날씨의 변화가 급격하고 예상하기가 어렵지만 당장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물 빠짐에 신경을 쓰고 해충 제거를 위해 약을 한번 더 뿌립니다. 날이 추워지면 사라지는 벌레들이 올해는 길게 남아 있습니다. 배추가 충분히 자라 땅을 덮을 때까지 잡초도 제거해줍니다. 날이 더우니 10월인데도 잡초가 계속 자라납니다.



작년까지의 가을과는 사뭇 다른 날씨이지만 같은 경험이 없어도 대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어떠한 환경이든 무와 배추를 잘 기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물러지지 않게 물이 잘 빠지도록 둑을 높여주고 필요하면 주변 흙을 살짝 헤쳐줍니다. 무청을 한번 더 쳐주기도 하고 지금은 할 필요가 없었던 해충약도 한번 더 뿌려줍니다.


태풍 뒤 밭은 엉망이 되지만 열매는 살아남았다



엉망이 된 밭을 정리하고, 떨어져버린 열매과 꽃을 보면 속이 상해서 주말농장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 다시 싱싱하게 살아나는 작물을 보면 역시 밭을 일구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해야 할 일도 명확합니다. 내고자 하는 결과를 내는데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할 일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이미 여름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일을 해보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 무엇인지가 남아있을 겁니다. 가을에는 그런 일에 집중하며 여름 동안 소진한 체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운이 좋다면 날씨도 좋고 작물도 튼튼해서 정말 하는 일 거의 없이 한가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운이 나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길러져 있습니다. 가을은 그렇게 풍요롭고 충만한 시기입니다. 이어지는 평온한 나날에 이유 없이 느껴지는 괜한 불안감을 키워 자신을 괴롭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행복과 충만함을 온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것이 다음에 다가올 겨울을 잘 견딜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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