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이 어느새 끝나고 겨울이 찾아옵니다. 수확시기를 놓친 작물이 밤사이 내린 서리에 주저앉습니다. 시기를 알고 최대한 크게 키워 수확했다면 지금쯤 넉넉한 냉장고와 냉동실을 보면서 군고구마와 겉절이 김치를 즐기고 있을 겁니다.
처음 겨울을 맞이 했을 때는 세상이 모두 얼어붙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따뜻한 집에서 넉넉하게 지내고 있는데 왜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지 한탄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조용히 얼어붙기를 기다리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얼어붙지 않게 계속 움직였고 이윽고 봄이 왔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손에 닿는 것부터 최대한 많이 시도해보았고 그래서 살아남은 것들을 지속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할 일과 소득이 많아지는 때가 왔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고 지쳤지만 겨울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수확에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계절이 바뀌어 여유가 생기고 풍요로움을 즐기는 시기에 휴식을 취하면서 지난겨울과 같은 계절이 올 것을 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왔습니다.
이제 첫 번째 겨울처럼 마냥 두렵지 않습니다.
이 계절을 버틸 수 있게 곳간을 채워두었고 다음 해에 더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결국에는 봄이 오고 여름과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상상이 아닌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지금 겨울을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봄을 위해, 다음 한 해를 위한 휴식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계절을 돌아보고 반성을 하고 공부를 합니다. 봄에 뿌릴 씨앗을 준비합니다. 저장한 식량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합니다.
더 이상 겨울이 두렵지 않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는 계절 중 하나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