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끼고, 계절이 바뀌는 때마다 옷을 바꿔 걸어두는 살림을 이끄는 생활이 익숙해질 쯤이었다.
서른 살이 된 그가 일하는 게 싫다고 했다.
나에겐 ‘가정 주부’가 되는 일은 죽기보다 싫었던 때가 있었다. 커리어를 쌓지도 못하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내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집착하는 엄마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엄마는 자식에게 집착한다고 생각했던 탓도 있다. 이해심 많은 배우자를 만난 덕분에, 모든 일에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날 보고 심리상담과 여행을 권했던 그 덕분에 참 많이 좋아졌다.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작은 일에 웃게 만들어 준건 분명 이 사람 덕분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올랐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가정주부를 해보지도 않고 좋지 않은 이미지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가정 주부’가 되고 싶어.
배우자는 완전한 가정 주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는 아침에 일어나 나를 깨우고 시리얼 혹은 토스트와 커피를 준비해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니 당신이 밖에 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면 어떻냐고 했다.
그는 자기가 주부가 된다면, 집안일에 쓰일 청소기, 세탁기, 건조기, 물걸레 등의 가전제품을 최고 사양으로 올리고 가장 효율이 좋은 패턴을 만들고 집에서 쉬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집안일이 힘든 것은 매일 나오는 빨래, 설거지, 청소, 장보기 때문인데… 기계가 좋으면 장땡이다 싶었다.
오! 그럼 나도 가정 주부 할래!라고 그에게 외치면서 우린 둘 다 자택 근무하며 사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우리는 동갑내기 부부. 보통 남자가 하는 일이라고 불리는 장바구니 들기, 무거운 짐 옮기기, 벌레 잡기 등은 그가 아닌 내가 했고, 가계부 작성하기, 생필품 떨어지기 전에 사두기, 필요한 물건 비교해서 구매하는 일은 주로 배우자가 했다. 우리는 사회에서 말하는 남녀의 구분보단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결혼생활 중이다.
이런 우리지만, 일 이년 뒤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나는 임산부의 불편함과 엄마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영양공급을 해야 할 테고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을 하고 작가로서 창작을 하는 것은 상상으로도 쉽지 않았다. 마침, 배우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그가 집에서 일을 한다면, 같이 집을 치우고 같이 일하고 아이와 배우자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 위한 조건에 그의 퇴사가 꼭 필요했다.
아이를 낳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아니, 그냥 우리 둘이 사는대도 돈이 필요하다. 집에서 작업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전기장판 출판사 홈페이지에 웹툰을 그려 연재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첫 게시글은 항상 전기장판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텀을 두고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독립출판 작가님들의 책들
-나의 캐나다에게, 김지현 작가
-그러니까 내가 어떤 여행을 했냐면, 리누 작가
-퇴사자, 쏘이 작가
-심리학과 나와서 상담받는 다고요?, 지명 작가(현재 출간 대기 중)
그리고 내 책 (까미노 여행 스케치, 불안을 담은 캐리어)이 있다.
전자책 제작 비용을 받지 않고 출간했지만, 이제 사업으로 키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드는 전자책은 PDF 가 아닌 E-pub 형식이고(반응형 전자책 파일. 사용 디바이스에 맞춰 글이 변형되며 글꼴과 크기까지 디바이스에서 변경하여 읽을 수 있음), ISBN 발급과 유통사에 판매까지 이어 줄 수 있으니, 내 책을 만들고 싶은 작가님들과 만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능한 2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어 보는 연습을 하자. 물론 그가 회사를 다니는 올해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지만…(겨우 3달 남짓 남았네 ㅜ)
가정 주부 2명인 가정을 향해!
배우자의 퇴사를 향해!
집에서 돈 버는 부부의 삶을 향해!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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