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어디로 나를 이끄는 가?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탐욕적인 사람일 것이다.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얻으려 할 것이다.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방법을 찾을 것이다.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전략적인 계획과 시행착오를 거쳐 목적을 이룰 것이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새를 보았다. 검고 긴 날개, 몇 번의 날갯짓으로 긴 골목을 한 번에 지나가는 그 새를 보며, 하늘에 그려진 그것의 자유와 지면에 그려지지 않는 그의 그림자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 위를 걷어가는 나는 어딜 가도 나의 행적이 빛에 의해 꼬리 잡힌다. 그림자는 내가 어디를 향하고 이동하는지 지면에 찰나 기록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찰나의 기록은 움직임과 동시에 사라지고 기록된 길 반복한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나는 목적지까지 고개를 틀고 상체를 돌리고 팔을 앞뒤로 저어가며 표시한다. 이 길로 걸을 것이오. 말하지 않고 목적지의 방향을 알리는 나는 하늘 위에 바람길에 올라 비행하는 그 새가 부러울 뿐이었다.
방향을 틀어 방금 날아온 하늘길을 돌아가는 저 새의 날갯짓은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나에 비해 수고스럽지 않아 보였다.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다 지나가는 새를 바라보며 또다시 새가 되고 싶었다. 적어도 내 집 앞의 새들은 여름 햇빛에 고루 익은 주홍빛 감나무를 들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내 집 앞을 지나갔을 거다. 그런데 나는 가고 싶은 장소가 없었다. 새가 되고 싶은 욕망은 자유롭게 날아가는 그 몸짓을 보며 생겼을 거라는 짐작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왜 하필이면 새를 보았을까? 하늘에 검은색으로 점찍혀 길고 짧은 가로 선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저 검은 새, 까마귀. 까마귀는 전봇대 끝에 앉아 내 집 베란다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까악. “너는 왜 나를 쳐다보니?” 까마귀는 이렇게 묻지 않았다. 그냥 까악 소리 내었고, 나는 받지 않은 질문에 “나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그저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 이렇게 말했다. “그 집 감나무 감은 잘 익었니? 맛있어 보이더라.” 까마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선 ‘깍’ 짧은 답을 하고 날아가버렸다.
“감을 사러 나가야겠다.”
목적지가 생겼다. 너무나도 아무것도 아닌 까마귀와의 마주침으로 오늘은 감을 사러 외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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