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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ida Lee 이레이다 Nov 12. 2021

땅 위를 걷는 나와 하늘을 나는 너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어디로 나를 이끄는 가?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탐욕적인 사람일 것이다.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얻으려 할 것이다.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방법을 찾을 것이다.

욕망을 가진다. 그 사람은 전략적인 계획과 시행착오를 거쳐 목적을 이룰 것이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새를 보았다. 검고 긴 날개, 몇 번의 날갯짓으로 긴 골목을 한 번에 지나가는 그 새를 보며, 하늘에 그려진 그것의 자유와 지면에 그려지지 않는 그의 그림자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 위를 걷어가는 나는 어딜 가도 나의 행적이 빛에 의해 꼬리 잡힌다. 그림자는 내가 어디를 향하고 이동하는지 지면에 찰나 기록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찰나의 기록은 움직임과 동시에 사라지고 기록된 길 반복한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나는 목적지까지 고개를 틀고 상체를 돌리고 팔을 앞뒤로 저어가며 표시한다. 이 길로 걸을 것이오. 말하지 않고 목적지의 방향을 알리는 나는 하늘 위에 바람길에 올라 비행하는 그 새가 부러울 뿐이었다.

방향을 틀어 방금 날아온 하늘길을 돌아가는 저 새의 날갯짓은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나에 비해 수고스럽지 않아 보였다.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다 지나가는 새를 바라보며 또다시 새가 되고 싶었다. 적어도 내 집 앞의 새들은 여름 햇빛에 고루 익은 주홍빛 감나무를 들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내 집 앞을 지나갔을 거다. 그런데 나는 가고 싶은 장소가 없었다. 새가 되고 싶은 욕망은 자유롭게 날아가는 그 몸짓을 보며 생겼을 거라는 짐작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왜 하필이면 새를 보았을까? 하늘에 검은색으로 점찍혀 길고 짧은 가로 선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저 검은 새, 까마귀. 까마귀는 전봇대 끝에 앉아 내 집 베란다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까악. 너는  나를 쳐다보니?” 까마귀는 이렇게 묻지 않았다. 그냥 까악 소리 내었고, 나는 받지 않은 질문에 “나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그저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 이렇게 말했다.   감나무 감은  익었니? 맛있어 보이더라.” 까마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선 ‘깍’ 짧은 답을 하고 날아가버렸다.


감을 사러 나가야겠다.”

목적지가 생겼다. 너무나도 아무것도 아닌 까마귀와의 마주침으로 오늘은 감을 사러 외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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