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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너 Dec 27. 2022

재능과 적성이 없는데 데이터 분석가가 될 수 있을까요?



흔히들 재능과 적성에 적합한 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맞는 말입니다.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 기준에 있어서 인적성 검사를 괜히 보지는 않으니까요


누군가에겐 너무나 쉽고 조금만 배우면 금방할 수 있는 일인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안맞고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가 이 일과 잘 맞을까?

많은 분들이 어떤 일을 배우기 전 자신과 잘 맞는 일인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자신과 잘 맞는 일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무조건 적성검사에 높은 점수로 나온 분야만 내게 적합한 걸까요?


누구나 일 시작 전에 고민하는 적성..



2년 만에 경기도 데이터 분석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과 강사님끼리 모여

식사를 한 적 있습니다.


그때 처음 같은 조로 토이프로젝트를 했던 친구도 만났습니다.


전 프로젝트 내내 그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제 기억에 코딩도 잘했고 저한테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인상이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막 시작하고 일들이 많았고

인력이 필요했기에

그 친구에게 혹시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친구는 호의적으로 답변할거라는 제 예상과 달리

단호히 지금 알고 지내는 이사님과

머신러닝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거기까지였으면 이해했을텐데

별 대수롭지 않게 이 누나는 싫은 소리 못할 거 같아 이런식으로

약간은 무시하는 어조로 말을 해서 속으로 무척 놀랐습니다.


당시 저는 코딩을 거의 못하는 상태였기에

아 이 친구에게 나의 기억은

그 때의 수준에 머물러있구나 그렇게 알았죠


사실 싫은 소리도 내가 아쉬운 처지에 하기가 쉽진 않거든요.


자존심도 상했지만 한편으로 씁쓸하고

또 한편으론 이해가 갔습니다.


나중에 자기 근황을 돌아가면서 얘기 할 때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PM을 맡고 있고

성과도 났다 라는 식으로 얘기하니까


그때가 되어서야 그 친구가 저를 다시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더라고요.

조금은 미안하다는 듯이 다시 제게 얘기했습니다.


아, 누나가 솔직히 이 길을 계속 갈 지 몰랐어요.

그 친구는 제가 금방 그만둘줄 알았던 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마치 제가 대단한 의지와 고집으로 공부를 계속했던 것처럼 비춰지지만

뒤에서 남편의 도움이 없었으면 저도 힘든 교육 과정에 좌절하고 그만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재능과 적성은 누가 판단하는 걸까요?


그런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대표님과 팀원은 제게 말합니다.


xx 매니저는 재능이 있으니까 이 다음에도 잘할거야.

xx 매니저님은 재능이 있으니까요.


재능이라고요? 당황했지만 웃으면서 넘겼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재능과 적성은 상대적이라고요.

그런데 재능과 적성이 직업과 반드시 비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문과 of 문과인 국문과 출신에 한 때는 소설가를 꿈꿨고 마케터로 일했지만

지금은 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백엔드에도 관심이 생겨서

파이썬 뿐만 아니라 자바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도 데이터 불러오기 조차 못해서 쩔쩔 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뒤돌아 보니 바꾸는 데 시간이 상대적으로 좀 더 걸리고 좀 더 고통스러울 뿐


나중에 어느 단계로 실력이  궤도에 오르면

엄청 잘한것처럼 보였던 친구들과의 수준이 그렇게 차이가 안나더라고요.



물론 공부와 성향이 잘 맞으면 수월한 점은 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영양사, 과학기기 회사의 영업 지원 등 직업을 바꿔가면서

회사에 만족을 못했던 제 친구에게 개발자로 전직을 권한 후

1년 뒤 백엔드 개발자로 취직을 했습니다.


그 친구는 다른 일을 많이 해봤지만 지금 이직업만큼 자기 성향에 맞는 직업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평소에 대인관계나 스몰토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썼기에 글 쓰면서 사고를 깊이 하는 걸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고구조를 바꾸는 데 얼마만큼의 고통이 들어가느냐가

적성에 나를 맞추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이과적인 공부를 했거나 전공을 했으면 상대적으로 전향하기가 쉬워 보입니다.


문과나 예술분야 쪽 일을 했던 저나 친구들은

사고 구조를 바꾸는데 더 큰 고통이 따랐습니다.


깊이 생각하는 걸 좋아했어도 컴퓨터적으로 사고를 바꾸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저처럼 국문과나 독문과 영문과 등 언어학을 공부했던 친구들은 문과중에서도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데 잘 적응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언어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 듯 싶습니다.


공통점을 찾아 나가며 적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쩌면 어렵고 안 맞는 게 아니라 안 익숙한 게 아닐까



결국 제겐 공부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것입니다.


다만 관심사라는 세부적인 분야가 있고

좀 더 오랜시간동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분야가

자신의 성향이 되고 적성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입니다.


소설, 마케팅, 데이터 분석 또는 프로그래밍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소설은 책을 읽거나 경험 주위에 보고 들은 내용 => 글쓰기

마케팅은 주변에 보고 들은 소문이나 이슈 => 마케팅 아이디어 기획

IT는 알고리즘이나 배운 지식 활용 =>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만들기


생각해보니 전 어떤걸 보고 듣거나 지식을 흡수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설계한 후

직접 활용하거나 결과물을 구현하는 과정을 좋아하더라고요.


이런 점에 착안해서 만약 데이터 분석이나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고 싶다하는 분들은

평소에 자신이 흥미를 가진 분야와 공통점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재미가 없거나 흥미가 없다면 익숙하지 않은 걸 익숙할 때까지 반복하는 일이

더욱 더 고통스럽습니다.


흥미는 안 익숙한 일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게 하는 연료 같은 것이니까요.






재능과 적성은 어떤 분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큰 허들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해보기도 전에 아 난 원래 그런 일하고 맞지 않아,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거나


혹은 어떤 분야의 기초나 초급부분을 공부할 때 역시 난 이런 일에 적성에 맞지 않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흥미는 그러한 어려움이 어렵지 않도록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마취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드문 일입니다.


하고싶은 일이 정말 '일'이 되면서 흥미를 잃고 즐거웠던 일이 즐겁지 않는 일이 되는 것도 허다합니다.


'직업'이나 '일'에 있어서 적성이란 게 정말로 '의미'가 있는걸까요?


또 그런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만족도가 높을까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하지만 동료 또는 상사와 계속해서 마찰이 생기거나

고객과 일하는 환경이 스트레스 받는다면 어떨까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하지만 돈을 적게 벌거나 대우를 못받으면 어떨까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하지만 그 일이 다른 요인으로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주거나 괴롭게 한다면,

그럼 적성이 그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할 때 꼭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만 그 일을 오래할 수 있는걸까요?


그 일을 좋아하고 잘하고 대우도 잘 받고 돈도 잘 벌면 좋지만

모든 것들이 잘 맞아 떨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누군가에겐 적성이 중요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사회적 인정성취감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급여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어느 정도 수준이 도달하기 전까지도 알 수 없다.



제가 개발자를 권했던 건 한참 오래전 일이었지만

친구는 막상 공부를 해보니 자기와 잘 맞는다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잘 맞는다고해서 상위 1%처럼 잘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공부해왔던 것에 비해 결과물이 있어서 만족이 높다라는 게

어쩌면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걸수도 있습니다.


적성에 잘 맞는 다는 건 명확히 떨어지는 인적성 검사 결과가 아닌

이처럼 다른 이유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난 저렇게 코딩을 잘하고 데이터분석을 잘하지는 못할거야.'

지레짐작 포기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내게도 혹시 적성이 있을까? 아냐 난 적성에 안맞을거야' 등

도전해보고 싶지만 적성이란 이유 혹은 핑계로 주저하시는 분들이나


조금 공부해보고 '역시 난 적성에 안맞아' 쉽게 포기하시는 분들에게

좀 더 용기를 가져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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