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팬덤의 경제학
NFT 투자를 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보는 요소 중 하나는 이 프로젝트에 열성팬이 얼마나 있는지이다. 팬이라는 요소는 NFT의 바닥가를 지지해주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NFT에 민팅하거나 투자를 하기 전에는 해당 NFT의 디스코드에 들어가서 그 분위기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 만약 NFT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오래도록 홀드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 그 NFT는 좋은 투자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하고 동시에 주식투자자이기도 하다. 나는 같은 작가의 미술품을 소장한 사람을 만나거나, 또는 같은 회사 주주를 만나면 엄청나게 반갑다. 매일 얼굴을 보는 회사동료와의 대화는 신변잡기에 한정될 때도 많지만, 오히려 같은 작가 컬렉터나 같은 회사 주주를 만나면 초면임에도 훨씬 딥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내가 같은 NFT 홀더들을 만나며 느끼는 감정은 위의 두 상황에서 느끼는 두가지 감정이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기쁨과 반가움이 열정으로 변하면서 NFT 홀더 커뮤니티는 보다 단단해진다.
홀더 커뮤니티,
같은 취향을 가진 익명의 집단
나는 자라면서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어 왔다. 이를테면 학교, 직장 같은 곳들이다. 이런 곳에서 만나는 인연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인간관계이다. 내가 그간에 이런 인간관계들을 종종 괴롭다고 느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그 집단들과는 너무나 다른 취향, 관심사를 가졌었기 때문이다.
NFT투자는 취향과 관심사, 그리고 해당 NFT 프로젝트의 로드맵과 운영진에 대한 신뢰를 가진 사람들이 "홀더"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홀더방에서 다른 홀더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관심사가 겹치는 경우가 꽤나 많다. 미술품과 관련된 NFT라면 미술품, 만약 특정 연예인의 NFT라면 그 연예인의 팬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일 회사에서 얼굴을 보는 윗사람보다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고정닉의 홀더가 더 반갑게 느껴지는건 나뿐일까?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밝은 미래를 확신합니다
같은 회사 주주를 만난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사실 NFT 프로젝트들은 처음에는 그냥 가안 정도의 로드맵, 운영진의 간단한 프로필, 백서 정도만 공개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도권에서 실시하는 IPO와는 비교도 안되게 정보가 빈약한 편이다. 그러므로 같은 NFT에 투자한 홀더를 만나면 이 NFT의 미래를 이 얄팍한 정보를 가지고 모자이크이론마냥 끼워맞추면서 어떤 측면에서 좋게 봤다는 뜻이기에 큰 안도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로드맵이 진행되면서 어느새 이 NFT의 팬이 되고 만다.
홀더들의 충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홀더들이 이 NFT 프로젝트의 열렬한 팬이 된다면 사실 해당 NFT 프로젝트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팬의 경제학이라고나 할까. 사실 홍보에 있어서 그냥 내 브랜드를 아는 사람 100명보다 내 브랜드를 사랑하는 열렬한 팬 1명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일단 홀더들이 팬이 되면 내놓게 되는 매물수가 적어진다. 던지지 않고 오랫동안 가져가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트위터나 디스코드에서 해당NFT를 프로필사진으로 쓰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저수가 많아지면 그 프로젝트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프로젝트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BAYC는 이러한 팬 커뮤니티의 경제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BAYC(Bored Ape Yacht Club)는 바닥가만 한화 2억7천만원에 달하는데, 사실 민팅당시에는 민팅가격이 몇십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인으로 부자가 되어 인생이 지루해진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그리고 그 원숭이들이 약을 먹고 뮤턴트가 되는 과정 등 그 세계관에 빠져들어간 홀더들이 그 NFT의 팬이 되면서 전체 프로젝트의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BAYC는 홀더들이 그 세계관을 배경으로 새로운 NFT를 민팅하기도 했고, 와인 등을 제작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창의적인 활동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지금은 크립토 계의 모나리자라고 불리우는 크립토펑크에 이어 장기적으로 가져가도 될 NFT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홀더를 팬으로 만드는
NFT 프로젝트가 진정한 승자
그러므로 하나의 NF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결국 홀더를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NFT 홀더들은 처음에는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했을 지라도, 결국에 디스코드나 트위터에서 다른 홀더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 NFT에 대한 애정이 생겨서 쉽게 팔아치우질 못한다. 우리도 어릴때 별다른 이유없이 딱지나 스티커 같은 것들을 모아 서랍속에 고이 간직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NFT에 코인채굴기능, 화이트리스트 등의 경제적인 보상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 팬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열어주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홀더고, 홀더들이 팬이 되어 완성시켜나가는 것이 NFT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림출처: © anthonydelanoix,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