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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고양 Feb 22. 2022

화이트리스트의 경제학

화이트리스트라는 아웃풋은 노동력과 돈의 함수

화이트리스트, 속칭 "화리"라는 단어를 아는가? 애증의 단어, 화리...


NFT 투자를 하게 되면 이 화이트리스트를 받으려고 인생에서 해보지 않은 다양한 일(ex.인터넷 채팅, 팬아트 그리기, 초대링크 발송, 퀴즈풀이 등)들을 하게 된다. 내가 애키우면서 이런 것까지 해야하는지 잠시 현타가 오다가도, 디스코드에서 NFT sneak-pics라고 해서 미리 보여주는 그림을 보게 되면 이 NFT를 다시금 화이트리스트를 받기 위해 화이팅을 외치게 된다.



화이트리스트는
민팅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다


화이트리스트란 NFT 민팅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게 왜 투자자에게 왜 중요한가? 인기있는 프로젝트는 트위터 팔로우수가 15만명씩도 되는 이 NFT 세계에서는 민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초, 아니 0.1초컷으로 희비가 갈리는 이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NFT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란 천금과 같다. 오히려 너무 민팅이 쉽게 됐다면 그건 망한 프로젝트랄까..


민팅은 대개 화이트리스트 민팅과 퍼블릭 민팅, 두 가지로 나뉜다. 화이트리스트는 퍼스트클래스 같은 거다. 민팅시간도 보통 먼저 배정되고, 유유히 민팅 사이트에 들어가서 민팅을 하고 NFT를 얻는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화이트리스트 가격을 퍼블릭 가격보다 싸게 배정하기도 한다. 퍼블릭 가격으로만 바닥가가 지켜져도 안전마진을 어느정도는 먹는 셈이다. 오픈시에 바로 리스팅 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퍼블릭 물량 부담 없이 바로 팔 수도 있다.


퍼블릭 민팅은 화이트리스트를 받지 못한 모든이를 대상으로 한다. 아무나 돈있는 사람 다 드루와 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강신청과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 보통 인기있는 경영대 전공과목 같은건 전공생이 먼저 신청하고, 타과생은 나중에 적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개떼처럼 클릭질을 하지 않는가? 이처럼 인기있는 NFT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민팅 시점 이전부터 디스코드 제너럴챗방, 오픈카톡방이 바쁘다. 민팅 후에도 됐네 안됐네, 내 트젝이 들어갔네 안들어갔네 시장바닥마냥 와글와글 하다.


만약에 정말 인기있는 프로젝트이고 민팅가보다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 불보듯 훤하다면 화이트리스트를 반드시 얻는 것이 좋다. 더 저렴한 가격에 민팅하니 퍼블릭 민팅가와의 차이가 안전마진으로 확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렵다. 특히 나같이 떼쟁이 아들을 돌보는 세수할 시간도 없는 애엄마는 더더욱 그렇다.



화이트리스트라는 아웃풋은
노동력과 돈의 함수이다

화이트리스트를 받는 방법은 프로젝트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결국 노력을 때려부어야 하는 방법과 또는 돈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즉, f(L,K)의 함수에서 L(노동력) 또는 K(자본) 둘 중에 하나를(아주 가끔은 둘다를..) 때려박아야 한다는 뜻이다. 바쁜 사람들은 L을 버리고 바로 K로 직행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먼저 노력을 때려부어야 하는 방법 중 가장 잔인한 것이 챗굴이다. 챗굴은 채팅으로 채굴한다는 말의 합성어이다. NFT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위해서 디코에서 계속 채팅을 해야 화이트리스트를 채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냥 기계적으로 채팅해서 렙업이 되는 시스템이면 그나마 양반이다. 모더(Moderator, 관리자)가 핸드픽, 즉 수기로 뽑는 프로젝트라면 정말 채팅의 질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모더는 독서실 주인이고 나는 독서실 총무가 되는 셈이다. 이를테면 새로 독서실에 들어온 학우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를 인도하고, 그것이 민팅으로 이어지도록 해야한다. 즉, 제너럴챗방에서 프로젝트의 로드맵이나 민팅일시같은걸 찾는 어린양이 있으면 그에게 적절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


당신이 손재주가 뛰어나다면 팬아트를 그리는 방법도 있다. 내 친여동생 역시 그림을 잘그려서 팬아트를 그린 적도 있다. 만약 팬아트를 그릴거면 그냥 공책에 그려서 찍어서 올리기보다는 뭔가 컴퓨터에서 채색작업까지 완벽하게 해서 올리는 것이 체감상 선택되는 빈도가 높아 보였다. 전에 미스터미상 작가의 트위터에서 미스터미상작가 작품을 도시락으로 그대로 재현한 금손도 있던데, 그분은 분명 화리를 받으셨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기반 NFT의 경우에는 코스프레를 해서 사진을 올리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나는 절대로 시도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모더레이터의 눈에 띄기에는 괜찮은 방법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다 밤 8시에 겨우 퇴근해서 집에 몸을 누이고 밀키트를 까서 전자렌지에 돌리는 불쌍한 직장인들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나같이 세수도 못하고 애기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는 육아휴직러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냥 바쁜 사람은
돈으로 해결하라


가끔 어떤 프로젝트들은 타 프로젝트와 협업을 맺어서 타 프로젝트 NFT 홀더에게 NFT 화이트리스트를 주는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 타 프로젝트의 NFT를 사서 그걸로 화이트리스트권을 받는 것이 스마트한 판단일 수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한다면, 유망한 프로젝트 NFT를 홀드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수익률 측면에서 아주 좋은 장사다.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서 에어드랍(공짜로 주는 것), 화이트리스트 등을 유명한 프로젝트 홀더들에게 뿌리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BAYC의 홀더라면, BAYC 홀더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싶은 타 프로젝트들이 화이트리스트나 에어드랍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식이다. 그 화이트리스트 목록이 많으면 민팅을 하면서도 돈을 벌고, 화이트리스트를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 덕분에 홀드하고 있는 NFT의 가치도 올라가는 식이다.


나는 그래서 지난번 뮤턴트 g.rilla의 민팅때는 아예 화이트리스트를 주는 NFT를 사서 민팅을 시도하였다. 사실 민팅 후에 되팔아도 되니까 사실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는 셈이다. 즉 취득원가에 조금의 비용이 더 더해지는 정도인 것. 하지만 오픈시 수수료가 10%에 육박하기 때문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다만, NFT도 배당락이 있더라... 롸???


다만, 주의할 점은 NFT도 일종의 배당락이 있더라는 점이다. 화이트리스트 권리가 붙어있는 NFT는 당연히 해당 화이트리스트의 가치만큼 가격이 더해져서 거래가 된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 스냅샷(NFT 홀드유무를 체크함) 시점이 지나면, 당연히 화이트리스트의 가치만큼 가격이 떨어져서 거래가 된다. 마치 배당락처럼 말이다. 만약 이 가격의 하락폭이 내가 화이트리스트 민팅을 통해 얻을 수익보다 크다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화이트리스트 민팅을 시도한 후에 NFT를 처분한다고 계획한다면 가장 바닥가가 잘 지켜질 프로젝트의 NFT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바로 팔더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가끔 훌륭한 운영진들은 화이트리스트 민팅이 끝난 후에 홀더들이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호재를 투척해서 바닥가를 방어하기도 하니 운영진의 능력을 잘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지출처: © tezo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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