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를 쓰는 일은 늘 괴롭다. 책 작업이 끝난 후에 마지막 남은 일을 미루고 싶은 게으름 때문에 그렇고, 열심히 만든 책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읽어 주길 바라는 욕심 때문에 그렇다. 전할 말이 많은 책일수록 고민은 더 깊어진다. 어떻게 정리해야 이 많은 말들을 쉽고 재밌게 전할 수 있을지 여러 구성을 짜 본다.
내겐 ‘빈자리’ 에피소드가 꼭 그런 책의 보도자료 같았다.
고양이손이 두 번째 회사로 옮긴 건, 이 이야기를 그릴 무대가 필요해서였다. 하지만 더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오히려 그리기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직접 겪은, 겪고 있는, 그리고 겪게 될 사람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게 표현할지. 그러면서도 읽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회사에 남은 입장에서만 그렸기에 상황을 온전히 표현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에피소드처럼 빈자리를 겪고 시간이 흐른 후, 나 또한 그 회사에 빈자리를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인스타그램’이라는 신개념 SNS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의 자유로운 공간에서 이미지를 만지는 이들은 새로운 무기를 얻었다. 회사에 빈자리를 남기고 떠난 장 부장님 또한 그랬을 것이다.
긴 시간을 돌아 반대의 상황이 왔다. 사람들이 이미지에 익숙해질수록 텍스트를 만지는 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간다. 언젠가 편집자가 떠난 곳에 빈자리조차 남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도 생긴다.
그럴 때마다 그 순간을 생각한다.
그때는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빈자리가 더욱 씁쓸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사실을 여러 책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 후에야 깨달았다.
서랍 속에 고이 자리 잡은, 장 부장님의 따뜻한 편지와 원화는 내게 늘 일깨워 준다. 빈자리가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 그저 앉았다가 떠나게 되는 인생의 여러 흔적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기에 ‘빈자리’ 에피소드는 새드 엔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