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곤 Oct 19. 2016

돌봐줄 곳이 필요한 아기고양이들

아깽이 임시보호를 결정하다

매일매일 버려지거나 다치고 아픈 고양이들은 너무나 많은데, 그 고양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시스템은 없다. 길고양이의 존재가 불만스러운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밥 주지 말고 그러려면 집으로 데려가 키워라’ 하기도 하는데, 고양이 돌보는 캣맘들 마음에야 어디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길에서나마 살아갈 수 있도록 밥이라도 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구조해야 하는 경우도 발견하게 되고, 누군가 버리거나 다치게 한 고양이를 또 누군가는 꾸역꾸역 구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다.


그 순환을 보고 있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끝없는 노력 덕분에 어떤 생명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새 삶을 찾는 것이다. 애쓰면 그 와중에도 희망의 새싹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끝내 또 어려운 동물에게 손을 내밀고 병원에 데려가는 그 힘든 일을 반복하게 된다. 그 행동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 역시 동물들의 삶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마음이 쓰이는 동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은 집에 항암 치료를 하는 고양이가 있으니 차마 다른 동물을 거두고 보살필 경제적 능력이나 여력이 남질 않는 것 같아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저 속상해하고, 가끔 아주 적은 후원금을 보태고, 내가 뭐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생각하는 것이 다였다.


매일 쏟아지는 구조 사연, 입양 홍보, 임보처 찾습니다, 그런 것들을 안타까워하기만 하다가 내가 사는 동네 캣맘의 급한 사연을 발견했다. 돌보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캣맘의 뒤를 스토킹해서(!) 집을 알아내고는 그 집 앞에 새끼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5마리나. 그런데 그 집은 공동현관이라 집 앞에 고양이가 드나들고 꼬물이들이 삐약거리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집주인에게 말해 집을 빼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이르자 캣맘이 결국 젖을 뗀 새끼 고양이들을 모두 집으로 들여야 했다고 한다. 어미묘는 TNR을 했다.


하지만 그분도 집에 고양이를 많이 키우고 있고 달리 공간이 없어 아기 고양이들을 일단 철장 안에 바글바글 가둬놨다고 한다. 한창 뛰어놀고 싶은 아깽이들이다 보니 일정 시간 캣맘이 지켜보며 뛰어놀게 해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당장 임보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집도 신혼 때 두 사람이 살기에는 충분한 넓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다 보니 고양이들이 뛰어다니기에는 좁다는 느낌이 들고 있는 차였다. 새끼고양이들이 얼마나 뛰어놀고 싶을까, 마음이 안되어서 신랑과 의논해 큰맘을 먹고 임보를 맡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임보를 망설였던 이유는 또 있었는데, 혹시 입양이 안 될 경우나 우리가 너무 정이 들었을 때 최후에는 그 임보냥이를 입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내 성격상 입양이 안 된다고 돌려보낼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우리가 만약의 경우 고양이를 더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다.


하지만 일단 가까운 동네인데다 아기고양이들 사연도 안타깝고, 어려서 우리 집 고양이들과의 합사도 비교적 원활할 거라는 판단에 캣맘에게 연락해 두 마리를 데려오기로 했다. 나는 스스로 느끼는 감이나 확신을 믿는 편인데, 지금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이 되는 건 그래도 가능하다는 뜻일 것 같았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입양 홍보를 하는 데도 내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집으로 오기로 한 두 마리 외에 나머지 세 마리도 임보처가 정해졌다고 해 다행이었다.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의 터에 우리는 잠시 쉬었다 가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