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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 Oct 24. 2016

팔리지 않은 동물들은 어디로 갈까

좁은 케이지 안에서 성묘가 되어버리는 고양이 

내가 동네에서 거의 매일 오가는 길목에 동물병원이 하나 있는데, 통유리 너머로 분양 중인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작은 유리 상자에 하나씩 들어 있다. 얼마 전 ‘강아지 공장’이 이슈화되면서 펫숍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 이러한 순환의 고리가 단번에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돈을 주고 쉽게 생명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은, 결국 물건을 버리듯 책임감 없이 그 생명을 버리는 행위로도 쉽게 이어지고 만다. 동물을 키우기로 결정하는 과정에는 조금 더 성숙한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 동물병원 유리창 너머에 있는 고양이가 눈에 띈 것은 두어 달 전부터였다. 매끄러운 회색 털에 몸집이 주먹만 한 작은 러시안 블루였다. 우리 집 고양이들이 어릴 때 집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집안을 헤집고 뛰어다니던 것이 생각나, A4 용지 두어 장만 한 작은 공간에 들어가 있는 그 고양이가 처음부터 눈에 밟혔다. 나는 그 길을 지나다니며 매일매일 그 고양이를 봤다. 아무도 그 고양이를 데려가지 않는지, 옆 칸 강아지들이 바뀌는 동안에 그 러시안 블루 고양이는 점점 몸집만 커져 갔다.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일은 결국 ‘수요’를 만드는 일이고 ‘공급’을 끊을 수 없게 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 고양이를 상자 안에서 꺼내주고 싶어 마음이 근질거렸다. 고양이는 창밖을 보고 있는 적이 없었다. 자고 있거나, 좁은 걸음을 서성이고 있거나, 병원 안쪽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곤 했다. 나는 지나다니며 한순간씩 지켜볼 뿐이니 병원에서 그 고양이를 얼마나 잘 보살펴주는지 모르겠지만, 늘 손길을 뻗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 고양이가 나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 녀석 말고도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고양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려니 외면하려다가도 나는 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고, 매일 그 고양이가 얼마나 컸는지 눈으로 재어보면서 누군가 이 고양이를 데려가 키웠으면 하고 바랐다. 이대로 아무도 데려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대로 성묘가 되면 이 ‘품종묘’가 또 수많은 공장 고양이를 낳는 종묘가 되는 걸까? 병원에 들어가 물어보고 싶었는데 또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키울 수도 없고, 비난할 수도 없고, 조언할 수도 없고, 뭘 어쩌겠는가. 


내가 처음 봤을 때보다 몸집이 두 배쯤 커지고 그 유리케이지가 점점 더 좁아지던 어느 날, 비로소 그 고양이가 없어졌다. 그 칸은 그냥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새 하얀 말티즈 강아지가 입주했다.      


그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분양 대기 중에 성장해버린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그 세계의 생태를 잘은 모르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어, 그냥 어느 가정으로 싼값에라도 팔려갔으리라 믿고 싶었다. 캣타워는커녕 한 계단 올라갈 곳도 없는 그 작은 공간에서 내내 지내던 그 고양이가 막상 사라지니, 내가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게 목에 까슬하게 걸려 잘 삼켜지지 않았다. 아무도 펫숍에서 동물을 사지 않아야 할 텐데,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말티즈 강아지가 빨리 어느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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